‘부산의 허파’로 불리는 황령산에 25층 높이의 전망대와 케이블카 등을 설치하는 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환경파괴와 난개발 우려를 들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7일까지 도시관리계획(황령산유원지 조성계획) 결정 변경안 열람공고를 했다. 부산시는 “황령산 봉수전망대 재생사업 추진으로 서면과 황령산을 잇는 케이블카(로프웨이) 설치를 통해 동서관광축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도시계획 변경 사유를 설명했다.
황령산 꼭대기에는 25층 높이의 전망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복합문화예술센터, 숲 속 라운지, 부산 음식 문화체험관, 다목적복합문화전시홀 등도 들어선다. 또 황령산 꼭대기와 부산 최대 번화가인 부산진구 서면을 잇는 539m 길이의 케이블카도 설치한다. 두 곳에는 서면관광센터와 황령산관광센터가 만들어진다. 부산시는 하반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열어 이번 변경안을 확정하고 내년께 최종 고시를 마칠 계획이다.
시민단체는 반발했다. 부산환경회의 등은 “특혜성 사업이자 지역 발전과 무관한 사업”이라며 “황령산의 지리적 입지와 역사 자원을 뭉개고 더 강력해진 생태환경 수요를 내팽개친 20세기형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의 후진적 개발”이라고 비판했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는 “황령산은 조선 시대 봉수대가 있던 부산 도심의 상징적인 산”이라며 “황령산 개발은 장소의 역사성과 생태적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도 지난해 11월 행정 사무감사에서 “산지 정상부를 과도하게 훼손해 변형하는 계획”이라며 “주민 수용성 면에서도 힘들고 수많은 산림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황령산은 해발 427m로 남구·수영구·연제구에 걸쳐 있다. 숲이 울창해 ‘부산 도심의 허파’로 불린다. 조선 시대 세종 7년(1425년)에는 왜구의 침입을 알리기 위해 봉수대가 설치됐다. 부산 전망이 한 눈에 다 들어오는 곳이라서 1980년대부터 여러 차례 개발 시도가 이어져 왔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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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에 황령산 개발 계획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녹색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