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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눈물’ 위로 행렬…아들 떠나보낸 엄마는 통곡만

등록 2022-09-08 19:32수정 2022-09-09 19:01

지하주차장 희생자들 장례
“안타깝게 떠나 황망” 위로
중2 아들 엄마도 입관 참석

호남서 온 자원봉사자 200명
뒷수습 돕고 준비한 음식 전달

경찰은 사고원인 파악 감식
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시 북구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가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로 숨진 안아무개씨의 입관 뒤 국가유공자 장례 의전 행사를 했다. 안씨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다. 김규현 기자
8일 오후 3시 경북 포항시 북구 장례식장에서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가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로 숨진 안아무개씨의 입관 뒤 국가유공자 장례 의전 행사를 했다. 안씨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국가유공자다. 김규현 기자

많은 이들이 설레는 추석맞이 귀향길에 올랐지만 황망한 가슴을 안고 무거운 발걸음을 고향으로 옮긴다. 몰아친 폭우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고립돼 숨진 채 발견된 이들의 유족들이다. 8일 참변을 당한 희생자의 첫 발인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전국에서 잇따른 따뜻한 손길이 갑작스러운 참변과 재산 피해가 집중된 ‘포항의 아픔’을 위로했다.

이날 오전 9시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포항 남구 ㅇ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로 숨진 허아무개(55)씨 발인이 진행됐다. 이 아파트에서 희생된 7명 가운데 첫 발인이다. 허씨의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이철우 경북지사 등이 보낸 조화가 줄지어 있었다. 허씨의 두 딸은 운구차에 허씨의 관을 실어 보내며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훔쳤다. 허씨의 배우자는 줄곧 담담한 표정이었고, ‘괜찮으냐’는 직장 동료의 말에 “지나봐야 알 것 같다”고 답했다.

발인 현장을 찾은 허씨 배우자의 직장 동료 김아무개씨는 기자와 만나 “사모님을 자주 보진 못했지만, 동료의 배우자가 이런 안타까운 사고로 떠나서 황망하다. 동료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사모님이 직접 차를 빼러 주차장으로 갔다고 한다. 자녀들도 모두 다른 지역으로 출가해 혼자 남을 동료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 6일 밤 10시9분께 최초 신고 뒤 15시간 만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나머지 희생자들의 발인은 9일 오전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입관도 이어졌다. 오후 3시께 안아무개(76)씨 입관에는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회원들이 국가유공자 장례 의전 선양 행사와 안씨의 관에 태극기를 씌우는 관포식을 했다. 안씨는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다. 그는 7일 새벽 2시15분께 ㅇ아파트 2차 지하주차장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잠시 뒤인 오후 3시20분엔 김아무개(14)군의 입관이 있었다. 김군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가 구조된 어머니 김아무개(52)씨는 취재진을 피해 입관실로 향했다. 스스로 걸어올 정도로 건강을 회복한 상태였지만, 입관실에서는 그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고 새어나왔다. 김군 친구 20여명도 입관실 먼발치에서 자리를 지켰다.

참변 현장인 ㅇ아파트는 소방당국과 경찰의 수색과 감식이 진행됐다. 오후 4시까지 이어진 수색에서 추가 실종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감식반은 관련자 조사, 시시티브이, 블랙박스 등 증거 분석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들이 8일 경북 포항시 침수 피해 지역에서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대한적십자사 봉사원들이 8일 경북 포항시 침수 피해 지역에서 복구 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태풍 힌남노의 피해가 가장 큰 포항에는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왔다. 광주·전남·전북에서만 자원봉사자와 의용소방대원 등 200명이 포항을 찾았다. 이들 지역은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전남 구례읍 일대가 침수됐을 때 경남·경북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은 바 있다. 인명 피해는 적었으나 재산 피해는 가볍지 않았던 경남도 생수병 3만병을 포항에 보냈다. 자원봉사 대열에 참여한 채봉주(65·광주시 동림동)씨는 “포항시민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전날 밤 10시까지 육전·명태전·꼬치전을 지지고 식혜, 송편, 올기쌀, 볶음용 돼지고기 등 음식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규현 gyuhyun@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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