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소방당국이 밤새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정하 기자
7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와 관련해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무사안일한 재난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 매뉴얼 구축 같은 제도·절차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6일 발생한 지하주차장 참사의 직접적 원인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비와 그에 따른 하천 범람이다. 지하주차장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한 새벽 5~6시를 전후해 2시간 동안 내린 비만 200㎜를 웃돈다. 범람한 아파트 인근 하천은 시간당 77㎜의 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데, 이는 30년에 한번 발생하는 최대 강수량을 기준 삼은 것이다. 그만큼 태풍 힌남노가 포항에 쏟고 간 비의 양은 ‘기록적’이었으며, 하천 범람은 예고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가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들기 전부터 기상청이 태풍 이동 경로와 지역별 예상 강수량을 시시각각 발표했다는 점에서, 참사 원인을 기록적 폭우에만 온전히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아파트 주민들은 하나같이 변을 당한 주민들이 관리사무소의 ‘차를 빼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주차장에 내려갔다고 말한다. 관리사무소 쪽은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고 항변하지만, 당국이 ‘재난문자’를 통해 인접한 냉천의 범람을 예고한 상황에 지하 공간 출입을 제지하고 대피를 안내한 게 아니라, 주민들을 위험 공간에 밀어 넣은 모양새가 됐다. 관리사무소장은 사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때(안내방송을 할 때)는 괜찮았다. 배수펌프도 잘돼 있고 하기에, 지하주차장이 침수될 위험이 없기 때문에 제가 방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은 사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기상청의 태풍 국민행동요령에 맞지 않는다.
포항시의 소극적 대응도 입길에 오른다. 포항시는 아파트와 인접한 냉천의 범람을 알리고 대피를 권고하는 재난문자를 보내는 데 그쳤다. 범람이 가져올 위험의 강도와 양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포항시 쪽은 <한겨레>에 “공동주택은 관리사무소가 책임 주체이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직접 안전 조처를 계도하지 않는다. 재난문자 발송이 최우선”이라고만 말했다. 포항시는 참사 원인으로 줄곧 ‘기록적 폭우’만 강조하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관내 (다른 곳의) 침수 상황을 관찰하고 주민 대피를 살피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장 업무는 구청이 하지만 재난 대응 총괄 업무는 포항시 몫”이라고 했다.
포항시와 남구청의 이런 반응에 다른 지자체의 재난 담당자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 영남권 광역자치단체의 재난안전 총괄담당자는 <한겨레>에 “관리사무소는 대피 문자까지 온 상황에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주민들을 막아야 했는데 오히려 반대로 행동했다”며 상황을 오판한 관리사무소의 과실을 지적하면서도 “포항시도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책임 있는 대응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해 대비와 관련한 제도망도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축법 등엔 주차장 등 지하시설의 안전사고 예방 관련 규정은 담겨 있지 않다. 방수와 배수시설 확보 등 침수 방지 대책 설립을 규정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지하 공간 침수 방지를 위한 수방 기준’에도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한해 적용될 뿐이다. 사전에 우려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으면 전혀 효과를 갖기 어려운 규정인 셈이다.
백민호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지하주차장은 거대한 수조가 될 수 있어 물이 차는 순간 절대 내려가면 안 된다. 하지만 이런 특성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의 안전관리 인식이 약하다. 관련 지침도 없고 관리 책임도 건물 관리자에게만 맡겨져 있어, 심각한 안전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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