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주 부산시 기획조정실장. 지난 8월 부산시 최초 기획조정실장으로 부임했다. 부산시 제공
4급(서기관) 이상 부산시 여성 간부 비율이 7년 새 3.8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리천장이 깨져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부산시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기준 부산시 4급 이상 정규직 350명 가운데 여성은 101명으로 28.85%를 차지했다. 4급 이상 정규직 간부 10명 가운데 3명이 여성인 셈이다. 7년 전인 2015년 8월31일 기준 여성 비율이 7.61%(289명 가운데 22명)였던 것에 견주면 3.79배 상승했다.
2급(이사관) 11명 가운데 여성은 최근 행정안전부에서 내려온 송경주 기획조정실장(50)이 유일하다. 기획조정실장은 10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는 핵심 보직 중 하나다. 그간 행안부에서 근무한 부산 출신 남성이 주로 맡아왔지만 여성이 꿰찬 건 송 실장이 처음이다. 송 실장의 전보는 행안부 2급 중 부산 출신 남성이 없는 덕택이기도 하지만 이번 인사로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평가도 일부에선 내놓는다. 송 실장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향을 위해서 일하게 된 것이 기쁘기는 하지만 부담이 되기도 한다. 25년 공직 경험을 살려 부서 간 조정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구실을 잘해서 부산시정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장급인 3급(부이사관) 47명 가운데 여성은 9명(19.1%)이다. 2015년 8월엔 45명 가운데 겨우 2명(4.4%)이었다. 7년 새 4.34배 증가했다. 가장 주목받는 여성 국장은 지난 3월 부산시 최초 여성 대변인으로 부임한 나윤빈 부이사관(42)이다. 부산시 대변인은 부산시를 대표해서 언론사와 유관기관에 실시간으로 밤낮으로 상황을 전파하거나 시정정책에 불만을 품은 쪽의 거센 항의를 받는 무겁고 험한 자리여서 40대 여성이 감당하기엔 벅차다는 세간의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나 국장은 “성별과 나이가 아닌 경청과 공감의 능력이 대변인의 평가 성과지표이자 인사지표가 되기를 바란다. 잘 듣고 널리 공감해서 시정을 제대로 알리는 대변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과장급인 4급(서기관) 292명 가운데 여성은 91명으로 31.2%다. 2015년 8월엔 20명(8.5%)에 그쳐 7년 새 3.67배 증가했다. 또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지난달 31일 기준 부산시와 16개 구·군의 5급 이상 여성 간부 비율은 40.9%로 전국 1위였고 전국 평균 25.2%에 견줘 15.7%포인트나 높다.
나윤빈 부산시 대변인. 지난 3월 부산시 최초 여성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김광수 기자
부산시 여성 간부 비율이 높아진 것은 여성 직원 비율이 꾸준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부산시 정규직 직원 5041명 가운데 여성은 2093명으로 41.51%다. 2015년 8월31일 기준 부산시 정규직 직원 4269명 가운데 여성은 1207명으로 28.27%였다. 7년 새 여성 직원 비율이 13.24%포인트 증가했다.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하겠다는 부산시장의 의지도 여성 간부 비율 상승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박형준 부산시장이 취임하기 전인 지난해 1월 기준 3급 여성 간부는 4명이었으나 지난달 31일 기준 9명으로 갑절가량 늘었다.
박형준 시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고위직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낮았는데 이것을 깨려고 노력한 것도 있지만 능력이 되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공정하게 기용하겠다는 것이 인사 원칙”이라며 “앞으로도 부산시에선 유리천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정무직이기는 하나 송숙희 전 부산 사상구청장을 부산시 최초로 부시장급(1급) 여성특별보좌관, 전진영 전 부산시의원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정무기획보좌관(3급)으로 임명한 바 있다.
부산시 직원들은 대체로 “유리천장이 깨져가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여전히 여성 간부 비중이 작다” “능력 중심이 아니라 기계적 양성평등이 아니냐”는 시각도 내비친다. 인사에 밝은 부산시 간부는 “과거엔 여성 간부가 너무 적어서 고민이었지만 승진 연한이 된 고참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고위직 여성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조만간 여성 간부 비중이 남성(비중)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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