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마산항 연안크루즈터미널에서 마산어시장 등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해안지역 소상공인들이 태풍 힌남노에 대비해 가게 입구에 쌓을 모래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최상원 기자
초강력 태풍 힌남노가 부산·경남에서 걱정했던 만큼 큰 피해를 남기지 않고 빠져나가면서 피해를 줄인 원인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힌남노가 2003년 영남지역을 휩쓸었던 태풍 매미에 비교될 만큼 위력적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면서, 자치단체가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가 먼저 나온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힌남노 상륙 하루 전날인 5일 오전 9시부터 비상대응체계를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부산시와 16개 구·군 전체 직원 2만여명 가운데 7600여명은 밤샘근무를 했다. 경남도도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뜬눈으로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지휘부도 제대로 작동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해 5일 프랑스 파리로 가려다가, 힌남노 상륙에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부산시 유튜브 채널 ‘부산튜브’를 통해 시민 협조를 당부하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해운대 마린시티 등을 찾아 안전조처 상황을 점검했다. 저녁 7시40분에는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태풍 대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6일 오전까지 상황을 직접 챙겼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4~5일 침수 우려 지역인 창원시 마산어시장과 김해시 한림배수펌프장을 점검했고, 거제시 와현마을과 통영시 동호동 등 태풍 상습 피해지역을 찾아 대비 사항을 직접 점검했다.
태풍 매미 학습효과도 발휘됐다. 시민들은 재난방송에 귀를 기울이며 정부와 자치단체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대비했다. 강아무개(58·부산 금정구)씨는 “실시간 방송을 보면서 가족들이 창문에 테이프를 붙여서 창문을 고정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마산어시장 등 태풍 매미 때 큰 피해를 봤던 창원시 옛 마산 해안지역 소상공인들은 지난 5일 창원시가 제공한 모래와 주머니를 이용해 직접 모래주머니를 만들어서 가게 주변에 쌓았다.
부산 동·남구의 저지대 주민 301가구 400명은 5일 부산시 대피명령과 대피권고에 따라 근처 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미포·청사포·구덕포 등 상가 99곳도 문을 닫았다. 경남 고성·함양·창녕군 등 침수와 산사태가 우려되는 지역에 사는 주민 2600여명도 경남도 지시에 따라 대피했다. 이들은 모두 태풍 피해를 보고 대피한 것이 아니라,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피한 것이었다.
김경덕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은 “태풍 힌남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관이 사전 대비를 철저히 했고 태풍 경로가 애초보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약간 틀어 큰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성혜 경남도 도민안전본부장은 “사전 주민대피가 큰 효과를 발휘했다. 인명피해 발생을 막은 것은 물론, 공무원들 역시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김광수 최상원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