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개발한 돼지고기 원산지 판별 키트. 수입산이면 한 줄이 뜬다. 부산시 제공
부산 부산진구의 한 식육판매업소는 칠레산 돼지갈비를 냉동고에 보관했다가 국내산과 돼지갈비를 절반씩 섞은 뒤 맛집으로 유명한 돼지갈빗집에 납품했다. 유명 돼지갈빗집을 찾은 손님들은 국산이라고 믿고 먹었다. 지난 7월28일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 단속반이 이 업소를 방문했다. 단속반은 업주가 지켜보는 앞에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개발한 돼지고기 원산지 판별 키트를 꺼냈다. 검은콩 1개 크기만큼 돼지갈비를 분리했다. 검삿감을 희석액에 넣어 스무번가량 짓누른 뒤 필터 덮개를 덮었다. 시료액을 세 방울 키트에 떨어뜨렸다. 5분쯤 지나자 진단키트에 붉은색 한 줄이 표시됐다. 수입산이었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는 “7월말부터 지난달말까지 추석 연휴를 맞아 시민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관광지 근처 횟집과 고깃집, 명절 성수 식품을 판매하는 반찬가게와 식육점 등 120곳을 대상으로 원산지 표시위반 여부를 단속해서 19곳을 적발했다. 해당 업주를 불러 조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적발된 19곳은 △일본산 참돔·돌돔과 중국산 농어 등을 조리·판매하면서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횟집 13곳 △국내산 돼지갈비와 칠레산 돼지갈비를 혼합해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거짓 표시한 축산물판매업소 1곳 △브라질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거짓 표시한 반찬가게 1곳 △축산물 유통기한을 지나거나 표시기준을 위반한 축산물판매업소 4곳이다.
부산 강서구 즉석판매제조가공업체가 냉동고에 보관 중이던 브라질산 닭고기.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팔다가 적발됐다. 부산시 제공
원산지를 거짓 표시하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유통기한이 지난 축산물을 보관하면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식품표시기준을 위반하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백상호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 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단속이 느슨한 틈을 노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입산 농·축산물을 국내로 둔갑시켜 부당 이득을 취할 우려가 있어서 기획 단속을 했다. 원산지 허위 표시는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행정처분은 관련 규정이 없어서 힘들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