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외국인들이 불편함이 없는 영어상용도시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부산시의원이 본회의장에서 발언 도중 영어로 연설을 한 사실이 알려져 입길에 올랐다.
부산시의회 누리집에 올라온 5분 자유발언 영상을 보면, 박종철 시의원은 지난 26일 오전 10시 시작한 308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 사전 신청자 가운데 마지막인 19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와 관련해 “대한민국이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3대 대형행사인 2030년 세계박람회를 모두 개최하는 세계적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되기 위해서는 국격에 맞는 영어상용도시를 조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말미에 정책제언을 할 때 서툰 영어로 해보겠다”고 했다.
그는 내년 3월 국제박람회기구 현지실사단의 부산 방문에 맞춰 16개 구·군이 박람회 지원팀을 신설할 것 등을 주문한 뒤 “이제 정책제안을 하겠다”며 4분20초부터 미리 준비한 영어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국제박람회기구 현지실사단이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점은 부산시민의 유치 열망과 국민적 유치 열기다. 이를 위해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주제로 하는 초·중·고교생 영어 말하기 대회를 열자.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 장소인 부산항 북항의 소방안전 대책을 확실히 세워달라”고 했다. 그는 1분 뒤 “땡큐. 고맙습니다”라고 말한 뒤 단상을 내려갔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박 의원은 국회의원 비서관을 거쳐 시의원 당선 전까지 부산 시내에서 영어교습소를 운영했다.
진보당 부산시당은 30일 논평을 내어 “부산시가 추진 중인 영어상용도시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박 의원의 영어 발언은 정작 정보를 알아야 할 부산시민에게 큰 장벽이 된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준 셈이다. 초·중·고교생 영어 말하기 대회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부담과 고통을 줄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박 의원은 “의원들에게는 영어 해석 자막이 제공됐으나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동영상에는 영어 해석 자막을 미처 띄우지 못했다. 영어 말하기 대회는 영어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므로 영어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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