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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 대규모 재개발 추진…‘바다 경관 사유화’ 논란

등록 2022-08-29 20:30수정 2022-08-30 02:30

1단계서 숙박·주거시설 6000채 추진
랜드마크 부지·부산역 환승센터에
오피스텔·레지던스 등 대거 승인

해수부·항만공사 “분양 위해 불가피”
시민단체 “부동산사업 전락”
지난 5월 부분 개방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랜드마크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지난 5월 부분 개방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랜드마크부지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구역에 6천채 규모의 숙박·주거시설 신축이 추진되자 시민단체들이 ‘바다 경관의 사유화’라며 반발하고 있다. 북항은 국내 항만 가운데 처음으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 곳이다.

해양수산부로부터 부산항 북항 1단계 구간 재개발을 위임받은 부산항만공사가 지난 24일 발표한 랜드마크부지(11만3316㎡·3만4338평) 개발 민간사업자 공모안을 보면, 지상층 연면적의 15%까지 오피스텔을 지을 수 있다. 일반상업지역인 이 구역의 건폐율(40%)과 용적률(600%) 기준을 적용하면 전용면적 80㎡의 오피스텔을 500~600채가량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랜드마크부지는 높이와 건폐율, 용적률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는 특별계획구역이어서 부산시가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통해 건축 면적을 늘려줄 수도 있다. 오피스텔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부산항 북항 재개발 조감도.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 북항 재개발 조감도. 부산항만공사 제공

해양문화지구에 자리한 랜드마크부지는 애초 국내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문화·관광시설을 유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부산시 등이 문화·관광시설 종사자가 이용할 업무 공간도 함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 부산항만공사가 오피스텔을 추가했다. 문제는 오피스텔의 경우 주거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공유재인 바다의 사유화’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같은 1단계 구역인 랜드마크부지 맞은편 부산역 앞 환승센터에도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이 들어선다. 부산 동구는 지난 5월 버스·택시 승객의 승하차를 돕는 환승센터 건축을 허가하면서 생활형 숙박시설 1088채를 함께 승인했다. 전용면적 기준 34㎡ 320채, 38㎡ 448채, 45㎡ 320채다. 지하 4층, 지상 21층(높이 78m) 규모의 환승센터는 2만5709㎡(7790평) 터에 건축 총면적 18만1446㎡(지상 10만2648㎡, 지하 7만8798㎡) 규모인데 생활형 숙박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63.19%(11만4660㎡)다.

주거시설 신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부산세관 근처 복합도심지구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에스(GS)건설이 2만7022㎡(8188평) 터에 1천여채 규모의 아파트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맞은편 상업·업무지구(4만5969㎡·1만3930평)에도 협성르네상스·한국투자증권·동원개발 3곳이 생활형 숙박시설 2914채와 오피스텔 580채 등 모두 3494채를 완공했거나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부분 개방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바다 위에 설치된 다리는 부산 남구와 영도구를 연결하는 부산항대교다. 김광수 기자
지난 5월 부분 개방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바다 위에 설치된 다리는 부산 남구와 영도구를 연결하는 부산항대교다. 김광수 기자

이런 상황은 2008년 10월 해양수산부가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을 하면서 분양을 쉽게 하려고 유사 숙박시설 건립의 길을 열어주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해수부는 상업·업무지구와 랜드마크가 들어설 해양문화지구에 들어올 수 없는 시설에 단독·공동주택을 포함하면서 신종 업종인 생활형 숙박시설과 오피스텔은 제외했다.

해양수산부·부산항만공사는 유사 숙박시설 허용이 성공적인 재개발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익시설이 없으면 사업자들이 공모에 응할 유인을 제공하기 어렵고, 재개발 뒤 지역의 유동인구 규모를 키우려면 어느 정도의 숙박·주거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남재헌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추진단장은 “북항 재개발구역에 숙박·주거시설이 들어서면 침체한 옛 도심이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단계 재개발 구역에만 숙박·주거시설 6천여채 건립이 추진되자 부산경실련 등 지역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북항 재개발은 100년 이상 시민 접근이 불가능했던 바다를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사업”이라며 “이런 곳에 숙박·주거시설을 마구 허용하면 바다가 사실상 사유화되는 것인 만큼, 지금이라도 숙박·주거시설 규모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민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던 애초 취지를 벗어나 부동산개발사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난개발 도시라는 오명만 더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5월 부분 개방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내 다리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다리 아래는 인공수로다. 김광수 기자
지난 5월 부분 개방된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구역 내 다리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다리 아래는 인공수로다. 김광수 기자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153만㎡(46만여평)이며 국비 3362억원과 부산시 예산 2500억원, 부산항만공사 1조8359억원 등 2조4227억원을 들여 올해까지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완공한다. 2단계는 220만㎡(66만여평)이며 2030년까지 완공한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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