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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에 물놀이도 위협적…부산 해수욕장도 발암물질”

등록 2022-08-25 20:13수정 2022-08-26 16:02

환경단체·하천학회, 강물 30곳·퇴적토 12곳 분석
본류 30곳 모두 발암물질 마이크로시스틴 나와
강물 유입 다대포 해수욕장도 미 물놀이 기준 초과
환경부 “마이크로시스틴, 정수장 검사하고 있어”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달성보 선착장 부근에서 채취한 낙동강 퇴적토. 시커멓게 썩은 흙 속에서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 애벌레와 실지렁이가 나왔다. 최상원 기자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달성보 선착장 부근에서 채취한 낙동강 퇴적토. 시커멓게 썩은 흙 속에서 4급수 지표종인 깔따구 애벌레와 실지렁이가 나왔다. 최상원 기자

낙동강 전역에서 발암성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특정 유역에선 미국 환경보호청이 정한 물놀이 허용 기준의 635배에 이르는 독성물질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 등은 25일 서울 환경운동연합 안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본류 전 구간의 강물과 퇴적토를 채취해 성분 분석한 결과, 발암물질이면서 간·신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생식 독성까지 가진 마이크로시스틴, 신경독소인 아나톡신, 신장을 망치는 실린드로스퍼몹신, 알츠하이머·루게릭병과 같은 뇌 질환을 일으키는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BMAA) 등 남세균의 대표적인 독소 4종류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4~6일 부산 낙동강 하굿둑부터 경북 영주시 영주댐 상류까지 낙동강 본류 전 구간을 탐사하며 채취한 30곳의 강물과 12곳의 퇴적토를 이승준 부경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했다.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이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레포츠밸리 부근에서 낙동강 강물을 채취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곽상수 대구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이 지난 5일 대구 달성군 낙동강레포츠밸리 부근에서 낙동강 강물을 채취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분석 결과를 보면, 30곳 전체의 강물 시료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특히 경남 양산시 논(5079ppb)과 대구 달성군 도동양수장 앞(3922ppb), 경남 창녕군 파크골프장 앞(2585ppb)에서 채취한 강물 시료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이 많았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마이크로시스틴의 물놀이 기준치와 음용수 기준치를 각각 8ppb, 1.6ppb로 정하고 있다. 영주댐 선착장에선 아나톡신이, 도동양수장과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 취수구 등 7곳에선 실린드로스퍼몹신이 검출됐다.

12곳에서 채취한 모든 퇴적토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과 아나톡신이 동시 검출됐다. 특히 대구 달성군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낙동강레포츠밸리 퇴적토에선 마이크로시스틴(2.6ppb), 아나톡신(0.37ppb), 실린드로스퍼몹신(0.115ppb),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3.247ppb) 등 독성물질 4종이 모두 나왔다. 낙동강이 섞이는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의 바닷물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10.6ppb)과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1.116ppb)이 검출됐다.

대구 달성군 낙동강레포츠밸리에서 시민들이 수상스키 등을 즐기고 있다. 이곳 강물에선 미국 환경보호청 물놀이 기준의 48.5배인 388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최상원 기자
대구 달성군 낙동강레포츠밸리에서 시민들이 수상스키 등을 즐기고 있다. 이곳 강물에선 미국 환경보호청 물놀이 기준의 48.5배인 388ppb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최상원 기자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은 “정부는 (녹조가 섞인 물도) 정수 처리하면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지만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처사다. 수돗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녹조는 강 가장자리와 표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데, 정부는 강 가운데 지점에서 수심별로 상·중·하 세곳의 물을 채취해 혼합해서 분석한다. 이렇게 하면 녹조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정부는 조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병언 환경부 수질관리과장은 “마이크로시스틴은 먹는물 감시 항목으로 정수장에서 검사하고 있다”며 “녹조의 농작물 독성과 관련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시험검사법을 만들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류경보제를 통해 친수활동 구간에서 녹조 경보가 발령되면 친수활동을 자제하거나 금지할 수 있게 돼 있다. 경보 지점을 늘리는 등 조류경보제를 개선하기 위한 용역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타 메틸아미노 알라닌 등이 낙동강을 통해 부산 다대포 바다에 유입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경로로 나올 수 있는 물질이어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상원 남종영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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