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9시15분께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ㄱ(32)씨의 대구시 달서구 아파트 앞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23일 밤 9시15분께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ㄱ(32)씨가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고 24일 밝혔다.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ㄱ씨는 범행 직후 남편에게 “아이가 많이 다쳤다”고 전화한 뒤, 베란다 아래로 몸을 던졌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ㄱ씨의 유서가 발견됐다.
숨진 아들은 자폐 스펙트럼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ㄱ씨는 아들의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고, 관련 복지 상담을 받은 기록도 없다. 지역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미취학 아동인 경우에 부모들이 아이가 크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로 일부러 장애인 등록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부모들은 아이의 장애를 인정해야 등록하러 온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ㄱ씨 가족은 부부와 숨진 아이까지 모두 셋이다. 동네 주민들과 별다른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ㄱ씨 아파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어젯밤에 119구급차 몇 대가 왔다 간 뒤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와서 너무 놀랐다. 젊은 부부가 많이 살아서 아이들끼리 알만도 한데 주변에 (ㄱ씨 가족을) 안다는 이들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경찰서 관계자는 “생활고나 가정불화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ㄱ씨가 우울감을 겪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우울증 진단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유서에 숨진 아이에 대한 내용이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을 상대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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