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30일 경남 밀양시 옥교산에서 발생한 산불 모습. 경남소방본부 제공
지난 5월 발생한 ‘밀양 산불’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60대 남성이 산불 발화지점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경남경찰청과 경남 밀양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8일 저녁 6시15분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주민 ㄱ(60대)씨가 실종됐다는 가족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수색작업을 펼쳐 인근 ㅇ산에서 숨진 ㄱ씨를 발견했다. ㄱ씨 주검이 발견된 지점은 지난 5월30일 발생한 ‘밀양 산불’의 최초 발화지점 부근이었다.
앞서 ㄱ씨는 5월31일 오전 9시22분께 발생해 6월3일 오전 10시께까지 사흘 동안 임야 763만㎡를 불태운 ‘밀양 산불’ 관련자로 지목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산불 발생 직후 밀양시 산림과의 수사요청을 받은 경찰은 인근 주민 ㄱ씨가 실수로 불을 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하지만 ㄱ씨는 6월3일 경찰서에 자진출석해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산불 최초 발화지점 감식, 산불 발생 당시 ㄱ씨 동선 조사 등을 통해 발화지점과 ㄱ씨 동선이 유사하고, 최초 발화지점에 ㄱ씨 외에는 출입한 사람이 없고, ㄱ씨의 흡연과 화재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변호인이 참여한 상황에서 ㄱ씨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를 했다. 하지만 이틀 뒤 ㄱ씨는 집을 나가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밀양경찰서 관계자는 “ㄱ씨 유서를 발견했으나, 수사 중인 상황이라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 현재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30일 발생한 ‘밀양 산불’은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심각한 봄가뭄 상황에서 일어났다. 당시 기상청은 “평년 5월 한달 밀양의 평균 총강수량은 106.7㎜인데, 올해 5월 한달 동안 밀양지역 총강수량은 3.3㎜로 19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봄가뭄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산불은 빠르게 번졌고, 인근 주민과 병원 입원환자, 밀양구치소 재소자 등 950여명이 대피했다. 산불 국가 위기경보 ‘심각 단계’, 산림청 ‘산불 3단계’, 소방청 ‘소방동원령 2호’ 등이 발령돼, 산불 진화작업에 소방인력 2400여명, 헬기 57대, 소방차 200여대 등 부산·대구·울산·경북 등 인근 4개 광역시·도의 가능한 모든 소방인력과 장비가 동원됐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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