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 모습. 대구시 누리집 갈무리
대구시민이 많이 찾는 팔공산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케이블카 설치를 공식화하며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생태계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대구시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물의 이동 경로 등을 고려해 땅 위에 세우는 구조물을 최소화하는 등 갓바위 일대의 생태·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려 한다”며 “지금은 사업 준비 단계로 시민들의 요구 사항이나 활용 방안 등을 하나씩 검토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조만간 케이블카 사업 주체를 선정하고 사업 타당성 확인을 위한 용역을 전문기관에 의뢰할 계획이다.
대구시의 이런 계획은 정부가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속도가 붙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도립공원인 팔공산에 멸종위기 생물이 두루 분포하는데다 국보 2점과 보물 28점 등 문화재가 다수 산재한다는 점을 들어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올 연말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케이블카는 설치 요건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를 의식해 국립공원 지정 전에 케이블카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홍 시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노약자를 위해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팔공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시장 당선자 시절인 지난 6월 갓바위 집단시설지구와 갓바위(관봉·해발 850m) 서쪽을 잇는 약 1.25㎞ 구간에 300억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홍 시장이 갓바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명분은 관광 명소인 갓바위에 노약자 등 이동 제약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갓바위에는 통일신라시대 불상인 관봉 석조여래좌상(보물 431호)이 있는데,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꼭 들어준다’는 속설이 있어 연간 37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가려면 공영주차장에서 2㎞에 이르는 돌계단을 올라야 해 케이블카를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민간 기업들이 세차례나 케이블카 설치를 시도한 바 있다.
문제는 케이블카 프로젝트가 신중한 여론 수렴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속도전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들도 케이블카 설치 반대 운동을 본격화할 태세다. 과거 케이블카 설치가 무산된 것도 불교 단체의 반발과 함께 환경 훼손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팔공산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하늘다람쥐, 독수리를 포함해 5천여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인위적인 구조물이 생기고 사람들이 다니기 시작하면 동물들은 그 길로 다니지 못한다. 대구시는 구조물 설치를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런 위험을 완전히 피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