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공문서와 간판에 외국어를 한글과 함께 표기하는 등 영어상용도시 전략을 본격화한 데 대해 전국 한글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부산시 말을 종합하면, 부산시는 부산을 찾는 외국인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2030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대비하기 위해 영어상용도시 전략을 추진한다. 이 전략은 박형준 시장의 선거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어상용도시 전략의 주요 내용은 외국 교육기관 유치·설립과 도로표지판·공공시설물 영문표기화, 대중교통 영어 사용 환경 확충, 호텔·식당 등에 영어 표기 지원, 공문서 영어 병기, 영어 능통 공무원 채용 확대 등을 포함한다.
지난 9일 박형준 부산시장(왼쪽)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오른쪽)이 영어상용도시 조성에 협력하는 협약서를 들고 있다. 부산시 제공
이를 위해 부산시는 최근 창조교육과 아래 영어상용화추진팀을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9일에는 부산시교육청과 영어상용도시 조성 협약서도 체결했다. 조만간 영어상용도시 전략을 더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 용역도 발주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에 한글학회 등 70여개 국어단체로 꾸려진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은 집단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2003년 서울시의 영어 공용화 정책과 서울 서초구의 2008~2009년 공무원 영어회의 등이 모두 실패했다”며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 단체는 “공공기관에서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면 정책·사업·공공시설 이름 등에 영어 단어를 많이 사용하게 되고 결국 영어 능력이 떨어지는 시민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기 어렵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부산시가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국 한글단체들이 1인시위와 서명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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