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공공주택 임차인들도 시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대형 건축물을 심의하는 건축위원들의 발언을 실명으로 공개하도록 한 조례를 막기 위해 대법원에 제소했으나 모두 패소했다. 부산시의회가 행정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마련한 위의 조례들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 덕에 다른 자치단체로 확산될 길이 열렸다.
4일 부산시와 시의회의 말을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부산시(원고)가 시의회(피고)를 상대로 낸 ‘부산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부산시 건축조례 일부개정 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두 조례는 시의회가 지난해 9월 제정했지만, 부산시는 이 조례들이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재의결을 요구했고, 시의회가 11월22일 두 조례를 원안대로 재의결하자 12월 대법원에 제소했다.
부산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안이 확정됨에 따라 공공주택 임차인들이 부산시에 감사를 요청하면 부산시가 감사를 할 수 있다. 지금은 민간 공동주택 사용자(임차인)와 입주자(소유자)가 전체 사용자·입주자의 10분의 3 이상 동의를 받으면 자치단체장에게 감사를 요청할 수 있다. 또 부산시 건축조례 일부개정안이 확정되면서 앞으로 부산시가 위촉하는 건축위원들은 정보공개 동의서에 서명해야 하고 부산시는 건축위원회 회의 전체를 녹음해서 행정사무감사 때 시의회에 회의록 전체를 실명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보공개에 더 무게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공동주택관리법에선 공공주택 임차인을 사용자에서 제외했으나 공공주택 임차인대표회의 규정과 임차인 하자보수청구권을 함께 둔 점을 고려하면 공공주택 임차인에게도 감사요청권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건축위원의 정보공개 동의서 서명은 건축법이 조례에 위임하고 있는 건축위원회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에 속한다. 건축법에서 건축위원 개인정보 미공개는 건축업자가 건축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한 뒤 회의록 공개를 요청할 때 적용되는 것이므로 행정사무감사는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두 조례가 전국 최초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반면 부산시 관계자는 “정보공개라는 시대 흐름이 반영된 판결이지만, 건축위원 위촉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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