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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런 곳이 ‘보행자 우선도로’랍니다

등록 2022-08-02 07:00수정 2022-08-02 08:55

7월12일부터 전면 시행
부산 수영팔도시장 가보니
3~4미터 높이 펼침막뿐
사람·차량 뒤엉켜 위험천만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 지정된 ‘보행자 우선도로’ 모습. 김영동 기자 <a href="mailto:ydkim@hani.co.kr">ydkim@hani.co.kr</a>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 지정된 ‘보행자 우선도로’ 모습.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지난달 28일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 도로(수영로 725번길) 양방향으로 여러 대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갔다. 360m 길이에 폭이 5~6m인 이 도로엔 중앙선이 그려져 있지 않은데다 도로 양쪽에 주정차한 차들 때문에 사람과 차들이 위태롭게 뒤섞이는 일이 잦다. 차들을 피해 길을 걷던 사람들이 승용차 경적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차와 보행자 틈새를 배달용 오토바이 한 대가 곡예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다.

이 도로에는 ‘차보다 사람이 먼저, 보행자 우선도로 시행’이라고 적힌 펼침막들이 내걸려 있을 뿐, 표지판이나 도로 바닥 안내글은 보이지 않았다. 시장 상인 이아무개(68)씨는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됐지만, 사람이 우선이 아니라 여전히 차가 우선이다.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7월28일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 지정된 ‘보행자 우선도로’ 모습. 김영동 기자 <a href="mailto:ydkim@hani.co.kr">ydkim@hani.co.kr</a>
7월28일 부산 수영구 수영팔도시장에 지정된 ‘보행자 우선도로’ 모습.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는 도로 가운데, 보행자 안전과 편의를 위해 보행자 통행을 차량 통행보다 우선하도록 특별·광역시장이 지정한 도로다. 행정안전부는 보행환경 개선사업에 따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부산·대전·대구 등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했고, 7월12일부터 전면 시행했다. 지정 여부는 보행자 통행량과 교통·보행사고 발생률 등을 따져 결정한다. 이곳에선 차량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면 안 되고, 보행자가 보이는 곳에선 서행하거나 일시 정지하는 등 보호 의무를 지켜야 한다. 위반하면 범칙금 최대 9만원과 벌점 10점을 받는다. 부산시는 지난달 13일 이 도로를 포함해 시내 도로 13곳(총연장 7996m)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했다.

하지만 제도 시행 뒤에도 운전자나 시민들은 보행자 우선도로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영구 주민 이아무개(65)씨는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항상 조심해서 다닌다. 이곳이 보행자가 우선되는 도로라는 사실은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운전자 김아무개(38)씨는 “운전하면서 전봇대에 3~4m 높이에 내걸린 펼침막을 눈여겨볼 수 없다. 안내 표지판도 없다. 이런 식으로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시행하는 법이 어디 있냐”고 되물었다.

부산시 걷기좋은부산추진단 관계자는 “법 개정에 맞춰 시행해야 상징성도 있고 홍보가 되기 때문에,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한 상태에서 우선 추진했다. 표지판은 전국 공통 양식이 최근 확정돼 제작 발주가 지체됐다. 늦어도 이달 말까지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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