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노조가 22일 전국금속노조 탈퇴 찬반 조합원 투표를 한 뒤 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우조선노조가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조에서 탈퇴할 것인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21~22일 이틀 동안 실시했으나, 개표 도중 부정투표 의혹이 불거지자 개표를 중단했다. 노조는 개표 다음날인 23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2주일 동안 여름휴가를 마친 뒤 되찾아가겠다며, 투표함을 봉인해서 거제경찰서에 맡겼다.
대우조선노조(전국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전국금속노조·거제경찰서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우조선노조는 21일 아침 6시부터 22일 오후 1시까지 전국금속노조 탈퇴 찬반 조합원 투표를 했다. 전체 조합원 4726명의 과반수가 투표하면 조합원 총투표는 효력을 갖는다. 또 투표참가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전국금속노조 탈퇴안이 가결된다.
전체 조합원의 89.4%인 4225명이 투표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22일 오후 1시30분께 개표가 시작됐다.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날 오후 3시30분께 개표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표율 30%를 조금 넘긴 상황에서 중복 투표한 것으로 추정되는 표가 발견됐다. 이를 두고 부정투표 의혹이 일었고, 개표는 중단됐다. 조합원들은 개표를 취소하고 투표를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는 쪽과 개표를 계속 진행해 투표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어 맞섰다. 개표가 중단될 때까지 결과는 전국금속노조 탈퇴에 반대하는 표가 조금 많았다.
대우조선해양은 개표 다음날인 23일부터 여름휴가를 시작한다. 대우조선노조는 개표 문제를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투표함을 봉인해서 거제경찰서에 맡겼다. 노조는 휴가를 마치고 첫 출근하는 다음달 8일 투표함을 되찾아가기로 했다.
거제경찰서 관계자는 “경찰 업무 중에는 휴가 기간에 분실·훼손 우려되는 귀중품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투표함을 휴가 동안 맡아주기로 했다. 하지만 나중에 예상 못한 책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1일 전국금속노조에 함께 소속된 대우조선 하청업체노조(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투쟁에 반대하던 대우조선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전체 조합원의 41.7%인 1970명의 서명을 받아서 전국금속노조 탈퇴를 위한 조합원 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전국금속노조가 “전국금속노조 규약상 해당 단위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다”며 총회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들은 전체 조합원 3분의 1 이상 서명을 받아 총회 소집 요건을 갖췄다며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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