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산격동청사에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라는 시정 슬로건이 걸려 있다. 대구시 제공
홍준표 대구시장이 19년 동안 써 온 ‘컬러풀 대구’라는 슬로건을 없애기로 했다. 조례 위반 논란이 일자 대구시는 관련 조항 삭제를 추진하고 나섰다.
대구시는 7일 “조례 개정을 통해 브랜드 슬로건과 시정 슬로건으로 나뉘었던 대구시 슬로건을 하나로 통합한다. 앞으로 시정 슬로건인 ‘파워풀 대구’를 단일 슬로건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파워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대한민국 근대화의 심장이라는 자긍심을 바탕으로 시민들의 열정에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더해 대한민국 3대 도시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브랜드 슬로건 규정을 담은 조례 조항을 삭제할 예정이다. 대구시 홍보브랜드담당관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단체장이 바뀔 때 시정 철학을 담은 시정 슬로건을 새로 내건다. 하지만 브랜드 슬로건과 혼동되기도 하고, 브랜드 슬로건이 시정 철학과 상충하기도 했다. 앞으로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의견이 모여서 브랜드 슬로건 관련 조항을 없애고, 시정 슬로건으로 통합해 사용하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시는 지난 2004년부터 최근까지 19년 동안 브랜드 슬로건으로 ‘컬러풀 대구’를 사용했다. 2019년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핫플레이스 대구’로 바꾸려고 시도했지만, 당시 대구시민 73%가 ‘컬러풀 대구’를 선택해 바꾸지 못했다.
대구시 도시브랜드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 로고.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뒤, 시청사 간판, 시 보도자료, 직원 명함 등에서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9∼10일 열리는 컬러풀대구페스티벌도 ‘파워풀대구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열린다.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은 2004년부터 열린 대구시의 대표적인 여름 거리 축제다. 이에 조례를 위반해 슬로건을 바꾸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구경실련은 지난 5일 성명을 내어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는 브랜드 슬로건의 빈번한 교체로 인한 혼선과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기도 하다. 여러 논란과 변경 시도에도 ‘컬러풀 대구’를 유지한 것은 다수의 시민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조례 개정 없이 슬로건을 바꾸는 것은 조례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구시는 조례에 없는 시정 슬로건을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영진 전 대구시장은 ‘행복한 대구 자랑스러운 시민’이라는 시정 슬로건을 썼다. 대구시 도시브랜드 가치 제고에 관한 조례를 보면, 브랜드 슬로건이란 시의 정체성과 미래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컬러풀 대구’(Colorful DAEGU)를 말한다. 알파벳 오(O)는 파랑·초록·빨강·보라·노랑 등 5가지 색을 넣었다. 각각 세계를 선도하는 스마트 경제 도시, 건강하고 쾌적한 친환경 녹색 도시,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역동적인 도시, 창의와 개성이 넘치는 문화예술 도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복지 도시라는 뜻이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