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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아동’ 디지털 문해력 게임하듯 키워주니 하하호호

등록 2022-07-07 07:00수정 2022-07-15 11:20

대구시교육청·KT 등 손잡고
지적 능력 평균 이하 학생들에
사이버 환경 능동적 대처 교육
아이들도 참여 퇴직교사도 “재미”
대구 수성구 두산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군은 지난달 28일 오후 황금지역아동센터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 시간에 태블릿피시로 ‘카카오톡 매너’를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구 수성구 두산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군은 지난달 28일 오후 황금지역아동센터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 시간에 태블릿피시로 ‘카카오톡 매너’를 주제로 영상을 만들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저에게 스마트폰은 ‘놀이터’입니다. 심심할 때 만지면 재미있으니까요.”

대구 수성구 두산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아무개(12)군은 지난달 28일 오후 황금지역아동센터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수업을 듣고 있었다. 김군은 태블릿피시에 뜬 교재를 이리저리 만져서 넘기며 “학교에서는 수업만 하는데, 센터에서는 태블릿으로 공부하니까 재미있다”고 말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주아무개(10)양은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면서 앱으로 영상 만드는 법을 익히고 있었다. “오늘 영상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배경음악을 넣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김군과 주양은 일상적인 대화를 할때는 평범해 보이나 평균적인 아이들에 견줘 학습능력과 어휘력 이해력이 다소 낮고 대인관계 등에서 어려움을 느껴 '느린학습아동'로 불린다. 이날 교육 프로그램은 공교육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느린학습아동의 학습 지원을 위해 대구시교육청과 케이티(KT), 지역아동센터 대구지원단,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등이 함께 만들었다. 교재 제작과 디지털기기 지원은 케이티가, 교사 수급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전반적 감독은 대구시교육청이 각각 나눠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5월부터 대구 지역아동센터 26곳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이 이 프로그램의 중심 주제를 ‘디지털 리터러시’로 잡은 건 느린학습아동이 처한 현실과 맞닿아 있다. 교재 개발을 맡은 케이티 쪽은 “느린학습아동은 사이버 범죄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는데, 디지털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공교육 프로그램이 적다”고 했다. 이런 까닭에 교육 프로그램은 사회관계망서비스 사용 예절이 중심을 이룬다. 이날 김군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도 ‘카카오톡 매너’다. 김군이 배운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만든 28초짜리 영상에는 ‘상대방 마음 생각하기’ ‘답장 재촉하지 않기’ ‘욕하지 않기’ ‘도배하지 않기’ 등의 열쇳말이 차례로 떴다.

주양은 “수업이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수업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말했다. 조현정 대구지역아동센터 디딤돌교사는 “일반 수업은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만큼은 전날부터 기다리고 기대한다”며 “1 대 1로 교육이 이뤄지다 보니 교육 효과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두산초등학교에 다니는 주아무개양과 김을선 교사가 지난달 28일 오후 황금지역아동센터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대구 수성구 두산초등학교에 다니는 주아무개양과 김을선 교사가 지난달 28일 오후 황금지역아동센터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을 하고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교사들은 대체로 퇴직 또는 은퇴 교사다. 4년 전 교단을 내려온 교사 김을선(67)씨는 “40년 이상 교직에서 아이들을 만나다가 한순간에 아이들을 만나지 못해 우울한 마음이 한동안 있었다. 다시 아이들을 만난 것 자체만 해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퇴직교사 권명숙(67)씨도 “우리도 시니어라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아 케이티에서 먼저 교육을 받았다”며 “아이들이 우리보다 받아들이는 게 빨라서 느린학습아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웃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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