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시민의 식수를 공급하는 낙동강 본포취수장. 녹조 덩어리가 취수장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폭기조와 수류분사장치가 가동되고 있다. ‘낙동강 네트워크’ 제공
21일 찾은 낙동강 본포취수장 어귀에선 물속에 공기를 주입해 물보라를 일으키는 폭기조와 고압의 물을 뿌리는 수류분사장치가 쉼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본포취수장은 경남 창원 시민의 식수원으로,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하류 방향으로 10㎞ 정도 떨어져 있다. 창원시 상수도사업소가 취수장 안으로 녹조 덩어리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폭기조와 수류분사장치를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주변 낙동강 물은 이미 녹조로 뒤덮여 수면 전체가 초록색이었고, 강변엔 녹조 덩어리가 10㎝ 이상 두툼하게 쌓여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낙동강 녹조는 4대강 사업으로 강 본류에 보 8개를 건설한 뒤 여름철마다 생기고 있다. 올해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녹조 대발생’이 우려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하지만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지난 20일 발표한 녹조 발생 저감 대책에는 오염물질 배출원 특별단속만 있을 뿐, 보 수문 개방은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낙동강 유역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낙동강 네트워크’는 21일 “녹조 현상은 ‘고인 물은 썩는다’는 기본 상식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니, 녹조 문제 해결은 보 수문을 열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보 수문 개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보 수문 개방 등 대책은 포괄적인 판단과 권한이 필요한 문제”라며 환경단체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일 올해 처음으로 조류경보 ‘관심’ 단계를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에 발령했다. 올해 조류경보 발령 시기는 최근 4년새 가장 이르다. 21일 현재 낙동강 거의 모든 곳에 녹조가 발생했는데, 합천창녕보(6만5232세포/㎖), 달성보(3만8572세포/㎖), 창녕함안보(1만5437세포/㎖), 강정고령보(1만3672세포/㎖)에는 지난 13일부터 ‘경계’ 수준의 녹조가 발생한 상황이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낙동강 변에 조성된 본포수변생태공원.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녹조 현상 때문에 강가에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다. ‘낙동강 네트워크’ 제공
임희자 ‘낙동강 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환경부는 지난해 9월 공개한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 종합분석 보고서’에서 ‘보를 개방하지 않고는 녹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그런데도 올해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하지 않는 것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둔다면 ‘조류 대발생’ 수준의 녹조가 발생했던 2018년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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