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압수한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디에타민. 나비 모양으로 생겨서 ‘나비약’이라고 불린다. 경남경찰청 제공
“코로나19 때문에 살이 쪄서, 교복이 몸에 맞지 않았어요. 살 뺄 때까지만 약을 먹으려고 했어요.”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16일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인 디에타민을 불법 유통·복용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중고등학생 46명 등 59명을 입건했다. 나비처럼 생긴 모양 때문에 이른바 ‘나비약’으로 불리는 이 약품은, 복용하면 포만감을 주는 터라 비만 치료 보조 약물로 쓰인다. 오남용하면 경련·혼수상태와 환각·환청 등 정신병적 행동을 유발하며,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복용량과 복용기간이 제한되며, 개인간 판매는 물론 16살 이하 청소년의 복용은 금지된다.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강원도 한 고등학교의 선후배 사이인 ㄱ(15·고1)양과 ㄴ(16·고2)양은 지난 3월 중순부터 4월 초 사이에 거주지역 병원 2곳에서 4차례에 걸쳐 디에타민을 처방받아 구입했다. 이들이 구매한 디에타민을 같은 학교 선배 ㄷ(17·고3)양이 용돈을 벌 목적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다수의 제3자에게 팔았다. 이렇게 구입한 사람은 경찰에 적발된 이들만 56명이다. 이 중 5명은 디에타민을 또다른 이에게 재판매했다. 입건된 59명 중에는 13살 5명, 14살 10명, 15살 8명 등 청소년이 대부분이었다. 거주지는 전국에 퍼져있었고, 58명이 여성이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적발된 청소년 대부분이 ‘살이 쪘는데도 병원에선 비만도가 심각하지 않다며 약을 처방해주지 않아서 불법으로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실을 부모와 선생님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초 구매자인 ㄱ양과 ㄴ양이 16살 이하임에도 디에타민 처방을 해준 병원도 식품의약품안정처에 통보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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