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옛 해운대역사에 마련된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 폐쇄된 옛 역사가 지역 청년예술가 전시공간과 창작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영동 기자
“기차가 안 당기면서 폐쇄됐던 예전 해운대역사가 인자(이제는) 작품 전시장이 됐구먼.”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옛 해운대역사를 바라보던 주민 박아무개(71)씨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옛 해운대역사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이쪽에 매표소가 있었고, 그 옆에 대합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팔각정 모양의 특이한 역사라서 동네 주민으로서 조금 뿌듯함도 느꼈다”며 “문 닫은 뒤에는 흉물처럼 남아 씁쓸했는데, 이렇게 다시 활성화되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일본 강점기 때인 1935년 동해남부선(부산진~울산~경주)이 개통되면서 처음 문을 연 해운대역사는 2013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 사업으로 새 선로가 만들어지면서 기존 선로 폐로와 함께 함께 문을 닫았다. 이후 9년 동안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애물단지로 남았던 이 옛 역사는 지난 3월 지역 청년예술가의 전시공간과 창작공간 등을 마련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며 다시 문을 열었다. 해운대구가 한국철도공사, 주민 등과 협의해 옛 해운대역사를 지상 1층 지하 1층, 연면적 468.5㎡ 규모의 다목적 전시홀, 크리에이터(창작자)실 등을 갖춘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옛 해운대역사에 마련된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에 전시된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작품. 김영동 기자
이날 옛 역사 안에선 전시회 ‘해리단 뮤지엄[잇다展]’이 열리고 있었다. 지역 청년예술가 8명의 그림과 일러스트, 콜라주, 디지털아트 등 다양한 작품 30여점을 볼 수 있었다. 5월11일부터 열린 이 전시회에는 평일에는 100여명, 휴일에는 150여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왔다는 20대 김아무개씨는 “전시공간이 30~40평 규모로 크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청년예술가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역 청년예술가 반응은 좋다. 이지훈(32) 작가는 “도전을 하려는 부산의 청년예술가들에게 열린 공간이다. 대관료도 없고, 신청만 하면 된다. 청년예술가들과 주민이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 방향을 잡고 더 확대해 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영훈 작가는 “전시공간을 마련할 형편이 어려운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기회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해운대구는 또 다른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작품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연진 해운대구 일자리경제과 청년정책팀장은 “청년예술가들이 부담 없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곳, 주민들이 이들의 생각을 공감하는 곳으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옛 해운대역사에 마련된 ‘해운대 아틀리에 칙칙폭폭’에 전시된 지역 청년예술가들의 작품. 김영동 기자
폐쇄된 옛 역사를 문화·주민 공간으로 바꾼 곳은 또 있다. 케이티엑스(KTX) 개통으로 2005년 4월 폐쇄된 뒤 17년 동안 방치됐던 동구 좌천동의 옛 부산진역사도 지난 4월 복합문화공간 ‘문화플랫폼 시민마당’으로 탈바꿈했다. 동구는 지난해 2월 한국철도공사와 임대계약을 맺고 옛 부산진역사와 주차장 등 5348㎡를 리모델링했다. 옛 역사 모습 그대로 보존하면서, 역사 안은 상설 전시관, 소규모 도서관, 1인 미디어 스튜디오, 커피 박물관 등으로 꾸렸다. 주차장은 잔디밭으로 바뀌어 버스킹 공연 등 문화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바뀌었다. 정소민 동구 문화체육관광과 주무관은 “주민들이 편안하게 문화를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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