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남 밀양시 옥교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경남소방본부 제공
31일 오전 9시30분께 경남 밀양시 부북면 옥교산에서 난 산불이 저녁 7시 현재 주변 숲 187만㎡를 불태우며 퍼지고 있다. 인근 주민은 물론 병원 입원환자와 구치소 수감자들까지 산불을 피해 대피했다. 기상관측 이후 최악의 봄가뭄 속에 난 산불인 터라 소방당국도 불길 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소방본부는 “31일 오전 9시27분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화산마을 뒤 옥교산 능선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했다. 소방력을 총동원해서 진화하고 있으나, 숲이 워낙 건조한 상황이라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산림청은 ‘산불 3단계’, 소방청은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해 소방헬기 44대와 소방차 119대 등으로 산불을 끄고 있지만 오랜 봄가뭄으로 바짝 마른 나무를 타고 번지는 불길의 진화율을 저녁 7시 현재 16%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화산마을 주민 100가구 476명은 긴급대피했고, 인근 용지리에 있는 희윤요양병원은 입원환자 228명을 밀양 제일고 체육관 등으로 대피시켰다. 또 산불 발생지에서 3㎞ 정도 떨어진 밀양구치소는 재소자 391명 모두를 이날 오후 2시50분께 버스 15대에 태워 대구교도소로 옮겼다. 밀양구치소 관계자는 “산불 때문에 재소자를 옮긴 것은 처음이다. 산불의 불길이 구치소 앞 300m까지 접근해서, 재소자 이송을 결정했다. 산불이 완전히 꺼진 것으로 확인되면 재소자들을 다시 데려올 것”이라고 밝혔다.
산불이 난 밀양지역은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초속 5~10m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상청은 “평년 5월 한달 밀양의 평균 총강수량은 106.7㎜인데, 이달 들어 한달 동안 밀양지역 총강수량은 3.3㎜로 197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봄가뭄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또 “6월 중순까지 밀양에 비 소식은 없다. 각별한 불조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남소방본부는 “해가 진 이후인 저녁 8시부터는 소방헬기를 철수시키고, 소방차 등 지상 진화인력을 투입해 산불이 마을로 퍼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소방헬기 등은 6일1일 새벽 5시11분 날이 밝는 즉시 진화작업에 다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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