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 연합뉴스
“태풍 오듯이 바람이 확 불더니 순식간에 불이 퍼졌습니다.” 31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화산회관 앞 느티나무 쉼터에서 만난 마을주민 김태현(76) 씨는 발화 당시 강풍이 엄청나게 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이 여기(화산마을)에서 (밀양) 구치소가 있는 지곡마을까지 순식간에 퍼졌다”며 “불이 이렇게 갑자기 확산한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쉼터에 있던 안창원(65) 씨도 “오전 9시 30분인가, 그 무렵 마을 방송으로 ‘뒷산에 불이 났다. 확산 속도가 빠르니 대피하라’는 안내 방송이 여러 차례 나와서 급히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안 씨는 방송을 듣고 나오니 흰 연기가 하늘과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불이 마을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 바람이 멈췄다가 다시 분다’며 걱정을 이어갔다. 다른 주민 김종선(64) 씨는 “발화지점과 수백m 떨어진 곳에 축사가 있어 걱정된다”며 “애가 타 밥도 못 먹고 불만 지켜보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해당 마을에는 소 10∼20여 마리를 키우는 소규모 축사가 많다고 주민은 전했다. 해당 마을 주민은 대부분 농번기 벼농사 현장으로 떠났고, 10여 명가량이 불을 대피해 느티나무 쉼터에 있었다. 마을회관은 코로나19 걱정으로 오가는 사람이 없어 텅 비어 있었다.
이날 오전 9시 25분께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산 13-31번지 일대 화산 중턱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산림청은 산불 3단계, 소방청은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각 발령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밀양시 일대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메마른데다, 때마침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계속 번지는 상황이다. 밀양시 관계자는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닐 정도"라며 "바람을 탄 불길이 이산에서 저 산으로 계속 옮겨붙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31일 오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람이 북쪽으로 불어 산불이 산 아래쪽보다는 정상 쪽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기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확산하면서 비교적 떨어진 밀양 삼랑진에까지 연기가 보이고 있다. 낙동강을 경계로 밀양시와 접한 김해시에도 연무, 탄 냄새가 관측될 정도다. 김해시는 “밀양 부북면에서 산불 발생, 인접 지역 연무 및 재 날림이 예상되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란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김해시 삼계동 주민 A 씨는 “바깥에서 탄 냄새가 나고 재가 날아다닌다”며 “밀양에서 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넘어온 것 같다”고 전했다.
산림청은 이날 11시 45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 산불과 관련해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산불 3단계는 피해 추정면적이 100∼3천㏊ 미만에, 초속 11m 이상 강풍이 불고 진화 시간이 24∼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한다.
이와 함께 소방청은 전국 소방 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소방청은 부산, 대구, 울산, 경북 등 4개 광역시도 가용 가능한 소방인력과 자원을 밀양 부북면 산불 진화에 투입하도록 했다. 산림청, 소방청, 경남도, 밀양시는 소방인력, 공무원, 의용소방대원 등 500여 명을 산불 현장에 투입했다.또 군 헬기를 포함해 헬기 30대를 띄워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