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구 연산동 온천천 생태연못 근처의 새끼 두꺼비 모습.
“여서 두꺼비를 보는 기 을마만이고?”
16일 새벽 부산 온천천 생태연못 산책로. 아침 산보를 나온 연산동 주민 박아무개(79)씨가 탄성을 내질렀다. “어릴 적엔 흔하게 봤지. 근데 주변에 찻길 뚤피고 아파트 들어선 뒤로는 몇십년 지나도록 못봤다. 근방에 밭도 구릉도 다 없어져삣는데 쟈들이 다 어데서 왔는지 모르깄다."
온천천은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서 발원해 동래구 안락동 수영강으로 흐르는 12.7㎞ 길이 도심하천으로 천변에 생태연못과 산책로, 자전거도로가 조성돼 있다. 이날 찾은 길이 30m, 폭 6m 크기의 연산동 생태연못엔 그물형 울타리와 함께 ‘온천천 연못 두꺼비 이동 시기, 두꺼비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 방지를 위해 우회 및 서행을 부탁한다’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온천천 생태연못 근처의 새끼 두꺼비 모습.
연못과 자전거도로 주변 경계석에는 어린 두꺼비들의 이동을 돕기 위한 용도인 듯 야자수 껍질로 만든 보행매트가 깔려 있었는데, 매트를 들추자 손톱보다 작은 새끼 두꺼비 수십마리가 복닥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동행한 지역 환경단체 ‘온천천네트워크’ 관계자는 “3개월 전 연못에서 암·수 두꺼비 3쌍을 봤는데, 이들이 낳은 알이 부화한 것 같다”고 했다.
두꺼비는 육지에서 주로 생활하다 산란기인 2~3월 습지로 이동해 알을 낳는다. 부화한 올챙이들은 한달 남짓 산란처에 머무르다 두꺼비 모양을 갖춘 5월이 되면 흙냄새를 따라 숲이나 산으로 이동한다. 대표적인 환경지표종, 기후변화지표종이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온천천 생태연못. 두꺼비 로드킬(동물 찻길 사고)을 막기 위한 펼침막이 길을 가로질러 펼쳐져 있다.
부산 도심에선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두꺼비가 온천천에서 목격되기 시작한 건 2018년 5월이다. 연못에서 나온 새끼 두꺼비 수백마리가 자전거도로와 인도를 떼지어 넘어가는 모습이 산책나온 주민들에게 포착된 것이다. 환경단체는 10쌍이 넘는 암·수 두꺼비가 온천천 연못을 산란처로 삼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로드킬 사고를 막기 위해 환경단체는 붓과 그릇 등을 이용해 새끼 두꺼비들을 근처 풀숲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이동시킨 새끼 두꺼비가 지난해만 1만2000여마리에 달한다.
두꺼비 연구와 보호에 앞장서온 성하철 전남대 교수(생물학과)는 “도심하천에 두꺼비가 살고 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환경이 건강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온천천 두꺼비들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성 교수는 “상류 인근 구릉에서 실개천을 타고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우연히 들어온 두꺼비들이 따뜻하고 먹이도 풍부한 하천 주변 수풀을 서식처로 삼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두꺼비들은 4년 넘게 산란처로 삼았던 연신초교 앞 연못을 떠나야 한다.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못 지척에 빗물펌프장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꺼비들의 새 산란처 후보지는 700m 남짓 떨어진 한양아파트 앞 연못이다.
환경단체는 지자체에 적극적인 두꺼비 보호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안내판 설치, 새끼 이동 시기 통행 제한, 생태통로 조성 등이다. 최대현 ‘생명그물’ 대외협력국장은 “두꺼비가 온천천에 산다는 건 생물 다양성과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생생한 지표”라며 “법적 보호종은 아니지만 두꺼비에 대해 부산시 등의 적극적인 보호 조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