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사저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5년을 마치고 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정착했다. 통도사 인근에 자리한 48가구 100여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이날 일찍부터 25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문 전 대통령을 환영했다. 평산마을 곳곳에는 환영 펼침막이 내걸렸다.
임기 5년을 마치고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정착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환영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영동 기자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평산마을회관에 도착했다. 파란색·흰색 풍선을 든 시민들은 “사랑해요! 문재인!”을 잇따라 외쳤다. 문 전 대통령은 마을회관에서 주민 40여명과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오후 경남 양산 사저로 가기 위해 울산역에 도착한 후 역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감사합니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민들께 전입 신고 드립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 무사히 다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어제(9일) 마지막 퇴근길에서 시민들께 감동적인 퇴임식을 선물 받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행복하게 해줘 국민 여러분께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2의 삶, 새로운 출발이 기대된다.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살겠다. 주민들과 농사를 짓고 어울리면서 살겠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30여년 살다가 최근 귀국해 전북 전주에 산다는 이정숙(72)씨는 “문 전 대통령의 코로나19 방역 덕분에 미국에서 우리나라 국격이 급상승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문 전 대통령의 공과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겠지만, 그동안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아무개(67)씨는 “어제 서울에서 내려왔다. (문 전 대통령) 5년 동안 고생이 많았다. 퇴임 후 이곳으로 온 것도 사심 없이 여생을 보내겠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편안하고 무탈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을 들머리 근처에서 만난 이상일(67) 전 부산고은사진미술관장은 “정치에 관심 없고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겸손하고 공손한 모습에 인간적으로 존경한다. 마을 이웃이 됐는데, 앞으로 자주 보고 싶다. 편안한 노후를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전 관장은 30여년 동안 광주 망월동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5년 전 은퇴하고 평산마을에서 사진관을 열었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10일 오후 경남 양산 사저로 가기 위해 울산역에 도착한 가운데 김정숙 여사가 지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편해하는 주민도 있었다. 평산마을과 붙어 있는 지산마을의 한 주민은 “조용했던 마을이 외지인들 때문에 시끄러워졌다. 오늘 문 전 대통령이 사저로 간 이후부터는 예전처럼 조용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평산마을 주민 60대 김아무개씨는 “문 전 대통령이 고향을 두고 왜 이곳에 사저를 지었는지 모르겠다. 조용한 마을이 외지인 때문에 시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마을회관에서 시민들과 함께 손뼉을 치며 사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주민 40여명 등 근처 마을 주민 60여명을 사저로 초대해 환담회를 열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