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경남 지랩’ 소속 탁서윤 주무관이 자체 개발한 검색 서비스 ‘누고?’를 이용해 시·도, 시·군 업무 담당자를 검색하고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경남도청 직원들은 점심시간 구내식당에 가기 전 내부 업무관리시스템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언제 갈까?’를 클릭한다. ‘언제 갈까?’는 식사하기 위해 구내식당 입구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구내식당 배식 대기 밀집도 열람 서비스다. 대기하는 줄이 길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가 식당에 가면 된다. ‘언제 갈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구내식당에 직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흐릿하게 모자이크 처리한 동영상을 점심시간 동안 실시간 제공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경남도는 외부업체에 이런 서비스 제품 개발을 맡기려 했다. 하지만 1억원대에 이르는 개발비가 문제였다. 결국 외주 개발을 포기하고, 경남도 내부 실험조직 ‘경남 지(G)랩’에 개발을 맡겼다. 경남 지랩은 폐휴대전화에서 카메라를 분리해 구내식당 입구에 설치하고, 내부 업무관리시스템과 연결해 ‘언제 갈까?’를 개발했다. 연구개발비와 설치비는 한푼도 들지 않았다.
경남 지랩은 2019년 7월 직원 2명으로 출발한 일종의 ‘사내 벤처’다. 경남도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들을 기초로 사업을 구상한다. 경남 지랩 소속 직원은 일상적 사무를 하지 않고, 관리자가 없는 별도 공간에서 최대한 자율적으로 선정된 과제만 수행한다. 1기 경남 지랩의 활동 기간은 2020년 말 끝났고, 전산직 공무원인 정병호(6급)·탁서윤(9급)씨 등 주무관 2명으로 이뤄진 2기 경남 지랩이 지난해 초부터 활동하고 있다. 2기 경남 지랩의 가장 큰 특징은 기획·연구·설계·개발·설치·운영 등 과제 수행 과정에 예산을 1원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기 경남 지랩은 ‘언제 갈까?’ 외에도, 업무 관련 검색어를 입력해두면 검색어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동향을 알려주는 개인 맞춤형 업무 동향 브리핑 서비스 ‘어딨노?’도 개발했다. 사용 연한이 끝나서 폐기하려던 낡은 컴퓨터 5대가 정부·지방자치단체·공익학술기관·공공도서관·뉴스통신사 등의 누리집을 24시간 검색해서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경남도 직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업무 관련 최신 정보와 동향을 제공받는다.
전국 17개 시·도와 경남 18개 시·군의 특정업무 담당자를 검색해서 알려주는 ‘누고?’(Noogo), 영수증을 첨부할 필요 없이 출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했다는 것을 증빙해주는 디지털 시스템 ‘요있다!’도 개발했다. 이 밖에 내부 업무관리시스템을 전송 플랫폼으로 활용해 보안 허점을 없앤 모바일 사진 전송 시스템 ‘내 사진’도 있다.
개발품에 경상도 사투리로 이름을 붙여 친근함과 지역색을 더했다. 도는 경남 지랩 개발품 모두를 업무 현장에서 활용해 보완 사항도 부단히 찾아내고 있다. 또 경남도는 경남 지랩 개발품을 김해·양산·사천·남해 등 희망하는 도내 기초지자체에 무료로 제공했다. 다음달부터는 희망하는 전국 시·도에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2기 경남 지랩에서 활동하는 탁서윤 주무관은 “프로그래밍·인공지능 쪽 업무를 하고 싶어서 지원했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어서 좋다. 무엇보다 내가 참여해서 개발한 것을 직원들이 기쁘게 사용하니, 내가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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