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종료를 앞둔 선출직 공직자들의 인사권 행사를 어떻게 볼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박재범 부산 남구청장이 후임 구청장에게 ‘인사권 양보’를 선언했다.
박 구청장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올해 7월 출범 예정인 부산남구시설관리공단 이사장(임기 3년)과 비상임이사 4명 임명을 다음 구청장이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4년 전 취임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전임 구청장이 논란의 중심에 선 대형 주상복합 건물을 허가해주는 것을 보고, 진영 논리를 떠나서 나부터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부산남구시설관리공단은 그의 공약이다. 2018년 6월 민주당 간판을 달고 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취임 직후 “주민들의 복리 증진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며 공단설립 조례안과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 7명인 구의회의 벽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해 4월과 12월이 돼서야 조례안과 예산안이 구의회를 통과했다. 최근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장 공모에 응한 3명 가운데 2명, 비상임이사에 응모한 10명 가운데 8명을 박 구청장에게 추천했는데, 다음 구청장에게 임명 기회를 넘겼다.
박 구청장은 “공단의 정상 출범을 위해 이사장과 비상임이사를 뺀 나머지 업무는 정상적으로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내가 이달 말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등록을 하면 6월1일까지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일반직 채용에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할 의사도 없다”고 말했다.
3선 연임해 이번 6·1 지방선거에 나서지 않는 이시종 충북지사도 차기 지사를 위해 임기가 끝나 공석이 된 출연기관 등의 주요 인사를 미루고 있다. 현재 청주권 대학에 진학한 충북 시·군 학생들이 기숙사로 쓰는 충북학사 청주관 사무국장 자리, 청주산업단지 전무 자리 등이 공석이다. 채문영 충북도 정책보좌관은 “중소기업진흥원장의 경우 통상 임기 종료가 연말이지만 차기 지사 인사권을 위해 아예 6개월만 계약했다. 충북학사, 청주산단 등도 차기 지사 인사권을 배려해 공석으로 남겼다”고 밝혔다.
김광수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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