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반송초등학교 한국어 학급에서 한국어 교사가 설명하고 있다. 왼쪽 의자에 앉은 중국어 강사가 중국에서 태어난 학생에게 통역하고 있다. 오른쪽의 학생 2명은 국어 말하기를 배운 뒤 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이젠 한국어 수업이 즐거워요. 수학도 재미있어요.”
부산 해운대구 반송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샤(10)는 한국어를 몰라 또래보다 1년 늦은 2020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하지만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정규 수업시간 중 하루 2시간씩 한국어 학급에서 따로 한국어 수업을 받았다. 한국어학급 담임인 이윤정(50) 교사는 “아이샤가 지난 2년 동안 한국어 학급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이젠 정규수업을 따라갈 정도”라고 말했다.
“아버지께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지난 7일 오전 9시30분 반송초등학교 한국어 학급 ‘해솔반’. 한국어 교사의 질문에 다문화가정 학생 2명이 또렷하게 한국어로 답했다. 같은 교실 한쪽에선 학생 1명이 중국어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국어 교사가 다가와 그림과 카드를 보여주며 한국말로 설명했고, 옆 중국어 교사가 통역하자 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어 학급 담임교사가 중국에서 태어난 학생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다. 왼쪽 의자에 앉은 중국어 강사가 통역한다. 김광수 기자
다문화가정 학생이 전교생(175명)의 18%(32명)를 차지하는 반송초는 2015년부터 한국어 학급을 운영해왔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입학 또는 전학을 오면 한국어 시험을 치르고,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한국어 학급에 편성한다. 올해는 학령기에 한국에 온 중도입국 2명, 국내 출생 3명,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학생 1명 등 6명이 한국어 학급에 편성됐다. 한국어 학급 수업시간은 입학 또는 전학 6개월 미만은 주 15시간 미만, 6개월~1년6개월은 주 10시간 미만, 1년6개월~2년은 주 7~8시간 미만, 2년 이상은 주 5시간 미만이다. 2년 동안 수업을 받은 아이샤는 올해부터 주당 2시간 한국어 수업을 받는다.
한국어 교육이 가장 어려운 학생은 외국에서 살다 한국 초·중학교로 뒤늦게 전학 온 경우다. 한국어를 거의 알아듣지 못해 해당 학생 언어에 능통한 한국인 강사가 수업 내내 동시통역을 해줘야 한다. 다문화가정 학생 1명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2명까지 필요한 셈이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이 한국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참관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반송초의 경우 다문화 언어 강사 3명을 부산시교육청의 예산을 지원받아 공개 채용했다. 여기에 부산시교육청은 한국어 수업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교사 몫으로 정규 교사 1명을 추가 지원한다. 반송초는 정규 교사 가운데 자원하는 1명을 3~4년마다 한국어 수업 전담교사로 위촉한다.
‘이방인 학생’의 한국 적응을 돕기 위해 교사들이 애정을 쏟지만, 교사들의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박미혜 반송초 교장은 “엄마의 한국어 실력이 늘지 않으면 아이들도 한국어 실력 성장이 더디다. 그래서 방과 후에 다문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국어 수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참여가 적어서 고민”이라며 “다문화가정 학생을 돕는 한국어 학급에 멀리서 통학하는 학생도 있는데, 너무 멀어서 포기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통학버스가 있다면 더 많은 다문화가정 학생을 보듬을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반송초 한국어 수업을 참관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은 “부산에 장애 학생과 다문화 학생이 6700여명씩 된다. 2015년부터 (한국어 학급을)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다문화 학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1일 기준 한국어 학급은 전국 274개 학교(유치원 포함)에서 404개 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전국 초·중·고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학생은 초등학교 11만여명 등 16만여명이고, 이 가운데 1000여명은 학업을 포기한 상태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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