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창립총회에 참석한 발기인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인권플랫폼 파랑 제공
부산에서 지역 인권운동단체와 활동가를 돕는 시민단체가 출범했다. 공익 목적의 시민단체가 재정난과 젊은 활동가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운 가운데 같은 시민단체를 전문적으로 돕는 데 목적을 둔 단체의 탄생이 눈길을 끈다.
‘부산인권플랫폼 파랑’은 29일 저녁 7시30분 부산 동구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창립기념회를 연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24일 창립한 파랑의 추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100명과 부산의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파랑의 출범에는 아름다운재단이 큰 힘이 됐다. 아름다운재단은 2012년부터 해마다 공익활동을 펼치는 개인·단체를 지원하는 대상자를 공개 모집하고 있다. 파랑은 지난해 새로 신설된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응모를 해 첫번째 지원단체로 선정됐다. 아름다운재단은 파랑 쪽에 올해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2억원을 지원한다.
파랑은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받은 후원을 또 다른 시민단체에 돌려준다. 이주노동자·노숙인·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작은 단체들을 발굴해 운영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국세청에 공익법인(옛 지정기부금단체)으로 등록해서 지역기업과 시민들이 내는 후원금을 재정 자립이 안 된 인권운동단체에 전달한다. 또 지역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활동가 공동 교육, 마음돌봄 워크숍, 국외 연수기회, 소모임 지원, 건강검진비 지원 등이다. 또 활동가들이 연구자와 함께 특정 주제를 연구해 자치단체 인권정책에 건의한다.
부산 인권 이슈를 쉽고 친근하게 전하는 뉴스 브리핑, 인권운동 현장 당사자와 부문별 권리주체에게 직접 듣는 인권 이야기, 청소년 인권단체 자원활동을 연계하고 청년을 위한 인권단체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파랑은 창립기념회에 이어 30일엔 인권과 관련한 책을 들고 가서 작은도서관에 기증하는 ‘인권책장 책마중’과 책 기부자들끼리 인권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기부자 이야기마당’(저녁 6시~7시30분)을 연다. 31일 저녁 7시엔 <공정의 배신> 저자인 장은주 영산대 교수가 발제하고 참석자 25명이 공정을 주제로 토론한다.
2019년부터 부산시 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귀순 파랑 이사장은 “우리 사회를 의미 있게 바꾸고자 하는 활동가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미래가 없다. 파랑이 지역 활동가들을 지키고 인권운동단체들이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것을 돕는 큰 울타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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