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부산시의회 제공
부산시가 박형준 시장 취임 뒤 11개월 동안 부산시의회가 제정한 조례 3건을 대법원에 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소속 박 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부산시의회 사이의 불협화음과 갈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해석된다.
23일 부산시와 부산시의회의 말을 종합하면, 시는 지난해 4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 시장이 취임한 뒤부터 현재까지 부산시의회가 제정한 조례 3건이 상위법에 저촉된다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첫번째 조례는 지난해 6월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부산시 납품도매업 지원에 관한 조례’다. 도매업자들이 도로변에 주차한 채 마트 등 거래처에 물품을 배달하다가 불법주차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부산시장이 구·군과 협의해 과태료 처분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는 “상위법인 도로교통법에 어긋난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시의회는 7월 재의결했다. 이에 시는 8월 대법원에 조례 재의결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방자치법에서는 지방의회의 의결이 월권이거나 법령 위반, 공익에 현저하게 반할 경우 자치단체장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지방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는데,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된 ‘부산시 건축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두고서도 시와 시의회가 충돌했다. 시의회 행정사무조사 때 건축위원회 회의록을 실명으로 제출하고 건축위원들에게 정보공개동의서 서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로, 시는 상위법인 건축법 등에 저촉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시의회는 11월 재의결했고, 시는 12월 대법원에 제소했다.
지난해 8월 김민정 시의원 등 5명이 발의해 9월15일 원안 가결된 ‘부산시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감사 조례 일부개정안’도 대법원에 제소됐다. 시는 “조례 보호 대상 및 감사 요청을 할 수 있는 자에 임차인까지 포함하는 것은 상위법인 공동주택관리법에 저촉된다”며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시의회가 지난해 11월 재의결하자, 시는 12월 대법원에 제소했다.
노기섭 시의원이 발의한 ‘부산시 공공기관의 인사검증 운영에 관한 조례안’도 대법원 제소의 갈림길에 섰다. 시와 시의회가 협약을 맺어 진행하던 시의회의 공공기관장 인사검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례안 역시 지난 1월 시의회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으나, 시는 “지방공기업법 등에 공공기관장의 임명권은 자치단체장에게 있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시의회는 23일 재의결했다. 시는 “시장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고 (지방자치법이나 지방공기업법 등) 상위법에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노기섭 시의원은 23일 부산시의회 본회의에서 “부산시는 상위법을 이유로 소극적인 대처를 할 것이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장과 함께 상위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말했다.
지방정부가 지방의회가 제정한 조례안 여러 건을 대법원에 제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이 재임한 1년10개월 동안 시가 시의회 의결안을 대법원에 제소한 사례는 한건도 없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의회의 권한과 기능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부산시의회를 견제하려는 정치행위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부산시 쪽은 “시의원들이 시민 권익을 보호하려고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상위법인) 법률과 충돌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행정안전부가 직접 대법원 제소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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