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상거래를 하던 50대를 남성 형제 2명을 살해하고 또 다른 형제 1명을 중태에 빠뜨린 3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23일 경남경찰청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1일 오전 10시10분께 경남 사천시 ㄱ(50대)씨 집 거실에서 ㄱ씨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숨져 있고, ㄱ씨의 60대 형제인 ㄴ씨와 ㄷ씨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것을 119구조대가 발견했다. ㄴ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고, ㄷ씨는 위독한 상태다.
경찰 조사결과, 서울에 사는 ㄱ씨 딸은 사건 당일 오전 9시10분께 혼자 사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에 근처에 사는 큰아버지 ㄷ씨에게 아버지 안부 확인을 부탁했다. 하지만, 큰아버지 ㄷ씨와도 오전 10시께부터 통화가 되지 않았다. ㄱ씨 딸은 오전 10시3분께 119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이 ㄱ씨 집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자동차 블랙박스 등을 조사한 결과, 이날 아침 7시30분께 ㄱ씨 형제 이외에 ㄹ(34)씨가 ㄱ씨 집에 들어갔다가 오전 10시9분께 황급히 집을 나간 것이 확인됐다.
ㄹ씨는 경기도에서 일하는 농산물 경매사로, 과일도매상인 ㄱ씨와 거래해왔으며, 최근 ㄱ씨로부터 납품 과일값 독촉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ㄹ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해 추적에 나섰고, ㄹ씨는 당일 낮 12시30분께 사천시 사천대교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ㄹ씨가 빚 독촉을 하던 ㄱ씨를 찾아가 다툼을 벌이다 ㄱ씨 살해했고, 잠시 뒤 ㄱ씨 형제들이 찾아오자 잇달아 둔기를 휘둘러 3차 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범행도구로 사용된 둔기는 ㄱ씨 집 거실에서 발견됐다.
이현순 경남경찰청 강력계장은 “휴대전화 분석, 주변 인물 참고인 조사, 매출전표 확인 등 다양한 방향으로 조사하고 있지만, ㄱ씨와 ㄹ씨 모두 숨졌기 때문에 사건 경위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피의자 ㄹ씨가 숨졌기 때문에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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