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당국이 4일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번지에서 난 불을 진화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울진군에서 난 산불이 크게 번져 산림청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소방청도 전국 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국가보안시설인 한울원자력발전소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어에 나섰다.
산림청은 4일 오전 11시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154번지에서 난 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해서 번지자, 오후 2시10분 ‘산불 3단계’와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가 100㏊ 이상이고 평균 풍속이 초속 7m 이상일 때 발령한다. 산림청은 산불진화헬기 28대, 산불진화대원 417명을 투입해 불을 끄고 있다.
4일 오후 4시 기준 경북도 전체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돼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울진군 일대에는 순간풍속 25m/s 이상의 강풍이 불어 건조경보와 함께 대형산불주의보가 발령됐다. 기상청은 “강풍특보가 발표된 경북은 5일까지 바람이 35~60㎞/h, 순간풍속 70㎞/h 이상으로 강하게 불겠다. 대기가 매우 건조해 작은 불씨조차 강풍을 타고 크게 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방청도 오후 1시50분, 3시, 4시에 잇따라 전국 소방동원령을 발령해, 강원소방본부 산불전문진화차 2대를 포함해 대구, 울산, 경기, 서울, 부산, 대전 등 11개 시·도에서 펌프차, 물탱크차 등 105대를 동원했다.
소방청은 또 한울원전의 요청으로 울산119화학구조센터에 배치된 대용량방사포시스템을 출동하도록 했다. 대용량방사포시스템은 대형 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물을 뿌리는 효과를 낸다. 경북소방본부도 한울원전 안에 고성능 화학차 24대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산불이 난 최초 장소와 한울원전까지는 약 10㎞ 떨어져 있고, 현재 산불이 원전 쪽으로 가까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군은 두 차례 재난문자를 보내 울진군 북면, 죽변면 등 9개 마을 주민 3900여명과 등산객 등은 부구초등학교 주인분교로 대피하라고 안내했다. 이날 산불로 울진군 북면 일대가 한때 정전됐고,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사택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도 정전으로 오후 1시30분께부터 2시간가량 업무가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울진의 산불 상황을 보고받은 뒤 “최우선적인 목표를 인명피해 방지에 두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서 조기 진화에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산불 진화 소방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념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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