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낙동강유역 물관리 종합계획 공청회’에서 이용곤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이 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낙동강을 만들겠다”는 낙동강 물관리 ‘10년 대계’의 밑그림이 나왔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영남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 소속 기구인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23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낙동강유역 물관리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낙동강유역 물관리 종합계획’은 낙동강유역의 지속가능한 통합 물관리를 위한 10년 단위 관리계획이다. 이 계획은 유역 내 물 이용, 물 환경 보전, 재해관리, 물 산업 등 물관리 관련 모든 부문을 총괄한다. 또 지방자치단체 물 관련 계획의 지침이 된다. 계획기간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인데, 상위계획인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이 지난해 6월에야 확정되면서, 낙동강유역 물관리 종합계획을 1년 뒤인 오는 6월 확정하게 됐다.
낙동강유역은 6개 수계, 1187개 하천으로 이뤄져 있다. 하천 전체 길이는 9584.39㎞, 유역면적은 3만1426㎢에 이른다. 행정구역으로는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 등 영남 5개 시·도와 강원 태백시,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등이 포함된다.
낙동강은 중·상류 지역에 대규모 공단과 도시가 있어, 오염원 관리가 어렵고 수질오염사고에 취약하다. 또 본류 전체가 상수원으로 활용되고 있어, 유역 주민들이 수질오염에 대해 민감하다. 그런데 상수원보호구역·배출시설제한지역 등 입지규제 면적은 3116㎢로 한강 604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생활하수·산업폐수·축산폐수 등 폐수 배출량은 한강의 3.3배에 이른다. 게다가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발생하는 녹조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한 물을 먹게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는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구미공단 상류인 경북 구미시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의 물을 더 취수해서 대구시민에게 식수로 공급하고, 경남 합천군 황강 하류 복류수와 창녕군 강변여과수로 하루 90만t의 물을 확보해 부산과 동부경남에 공급하는 취수원 다변화 방안을 의결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낙동강 8개 보 구간에는 취·양수장 143곳이 있는데, 이 가운데 130곳은 보 수문을 열면 운영에 지장을 받는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강바닥을 과도하게 준설해, 보 수문을 열어 낙동강 수위를 낮추면 취·양수장의 취수구가 강물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국 취·양수장 시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취·양수장 가동 시기에는 보 수문을 완전히 열지 못한다.
낙동강 최상류 지역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수질오염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이곳은 1970년부터 가동되는 아연 제련공장인데, 제련과정에서 나오는 카드뮴과 황산 등 유해물질에 의한 오염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안전하고 건강한 낙동강’을 만들겠다는 비전에 맞춰 △건강한 생태환경 △지속가능한 물 이용 △기후위기에 강한 물 안전 사회 △유역공동체의 상생 및 협력 등 4대 기본목표를 세웠다. 또 △물 환경의 자연성 회복 △지속가능한 물 이용체계 확립 △물 재해 안전체계 구축 △지역과 상생하는 물 산업 육성 △유역공동체와 함께하는 물관리 등 5대 중점분야를 정했다.
낙동강유역 물관리위원회는 공청회에서 차세대 먹는 물 안전도 지표 개발, 양분관리제와 수생태 보호지역 지정제도 도입, 댐 홍수방어능력 재평가 방안 마련 등을 제안했다.
낙동강유역은 본류 원수를 취수원으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 먹는 물 안전도와 관련된 별도의 지표를 개발해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공통적인 물 환경 지표와 별도로 낙동강유역 본류 취수원의 수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량오염물질, 유해성 남조류, 암모니아성 질소, 분원성 대장균 등 다양한 요인을 파악해 ‘차세대 먹는 물 안전도 지표’를 개발하기로 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토지 양분수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평균에 견줘 질소는 3.3배, 인은 8.2배로 과잉양분 상태이다. 가축분뇨 유출, 퇴·액비와 화학비료 과다살포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분관리제를 도입해 양분배출량을 줄이도록 하고, 양분관리제와 수질오염총량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수생태계 연속성과 생물종 다양성 확보를 위해 기후변화에 취약한 수생태계, 보호종 서식 지역,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온전성을 유지하고 있는 하천 등을 대상으로 ‘수생태 보호지역 지정제도’도 도입한다.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 일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지난 2020년 8월엔 남강댐과 합천댐 하류지역에서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하는 등 댐 운영체계의 혁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댐 홍수방어능력 재평가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낙동강본류로 하루 50만t 이상 하수를 방류하는 대형 하수처리장에 초고도처리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장엔 미량오염물질 고도처리시설을 설치키로 하고, 구미 1~3단지와 4단지, 대구 성서산단 등 폐수 방류량이 많은 3곳에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150만㎡ 이상 규모의 대규모 산업단지에는 수질오염 사고에 대비해 완충 저류시설과 수질 자동측정망을 설치한다. 용수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주요 송수관의 복선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낙동강유역 환경단체들로 이뤄진 ‘낙동강네트워크’는 “진일보한 대책도 있지만, 영남주민의 먹는 물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된 낙동강 수생태계를 낙동강유역 물관리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본다. 4대강 사업 이후 해마다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강바닥에서 4급수 지표생물이 실지렁이가 발견된다. 최근엔 낙동강물로 재배한 무·배추·상추에서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낙동강 수질오염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을 넘어 국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낙동강네트워크는 “낙동강 수질문제와 생태계 파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2024년까지 낙동강 8개 보의 수문 완전 개방을 완료하는 계획을 제시하고, 녹조가 심각한 함안보·합천보·달성보와 모래톱 복원효과가 도드라지는 상주보를 1차적으로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또 “취수시설과 친수시설 지역을 수질 측정지점으로 정하고, 농산물 관리기준과 관찰체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낙동강 취수원 이전 계획에 대해선 “사실상 자연성 회복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낙동강네트워크 안에서도 의견 차이가 있을 만큼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거버넌스 구성을 통해 낙동강유역 합의안을 도출할 것을 제안했다.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해선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한계에 이르러 공장을 유지한 채 정화·개선은 불가능하다”며 제련소 폐쇄 결정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제련소를 기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자와 지역주민들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산업단지 공공폐수처리장에 미량오염물질 고도처리시설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선 “효과가 불확실하며, 이를 위한 시설투자는 비효율적”이라며 “낙동강 수계로 방류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유해물질 관리의 기본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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