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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성지’ 된 박근혜 대구 사저…“담벼락에 올라서지 마세요”

등록 2022-02-23 14:37수정 2022-02-24 02:30

평일 1천명·주말 2천여명씩 찾아 북적
교통경찰 배치에 인근 주차장도 마련
22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김규현 기자
22일 낮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 앞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김규현 기자

“야야∼ 집 다 보이게 찍어래이∼."

“집이 너무 커가(커서) 한 방에(한 번에) 안나온다.”

22일 오전 11시께 찾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한 전원주택 앞은, 집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구시청에서 차로 40분가량 달려 도착한 이곳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뒤 머무를 사저다.

유가읍 대구 테크노폴리스 단지로 들어가는 표지판을 지나 마을 어귀에서부터 지지자들이 사저 앞 언덕에 걸어 놓은 대형 태극기(세로 7m×가로 10m)가 한눈에 보였다. 점심께 삼삼오오 모여든 방문객은 어느새 50여명을 넘어섰다.

대구 달서구에서 친구 4명과 함께 왔다는 박아무개(69)씨는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한 뒤에는 경호가 심해져 보러 오지 못할 것 같아서 조용할 때 미리 보려고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하다가 사람을 잘못 써서 죄를 짓긴 했지만, 고향에 온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왔다”고 말했다.

대구 북구에서 왔다는 김아무개(57)씨는 “우리 사랑하는 대통령님이시니까 보러 왔다. 집이 양지바른 쪽에 있어서 위치는 좋은 것 같은데 뒷산에 올라가면 (집안이) 훤히 다 보일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저 앞 상황을 중계하는 이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담벼락에 ‘올라서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붙었다. 김규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담벼락에 ‘올라서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붙었다. 김규현 기자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 마련된 ‘예비사저’가 박 전 대통령이 입주도 하기 전에 이미 ‘보수성지’가 됐다.

마을 입구에 걸려있던 환영 현수막은 모두 철거됐지만, 사저 입구에는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고향에 오심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같은 문구들이 적힌 화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화환에 기재된 보낸 이도 ‘대구시민’, ‘포항시민’, ‘청주시민’ 등으로 다양했다. 대문 앞에는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작은 화분도 놓여있었다.

사저를 찾은 시민들은 근처 조금이라도 지대가 높은 위치를 찾아 까치발을 들고 담벼락 안을 보기 위해 기웃거렸다. 담벼락에는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이 붙어있었다. 애초 담벼락 옆으로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었지만, 가드레일을 밟고 올라서서 사저 안을 들여다보려는 방문객들이 많아지자 달성군이 안전을 이유로 가드레일을 모두 철거했다.

달성군과 달성경찰서 쪽은, 평일에는 하루 1000명, 주말에는 하루 2000명가량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질서유지와 교통관리를 위해 경력 6명을 배치했다. 달성군도 지난 19일 교통혼잡과 불법주차 등을 막기 위해 사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최대 120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임시주차장을 마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지지자들은 사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겼다. 김규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은 지지자들은 사저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겼다. 김규현 기자

사저 안으로는 공사 자재를 실은 트럭들이 수시로 들락거렸다. 사저 부지는 1676.2㎡(약 507평)이며, 건축연면적은 지하 1층, 지상 2층에 712.61㎡(약 215평)이다. 주거용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마당에는 부속건물 3개와 정자도 마련돼 있다.

조용하던 마을에 갑자기 인파가 몰려들자 불편해하는 주민도 있었다. 쌍계리 주민 박아무개(70)씨는 “박 전 대통령이 정말 우리 마을로 온다고 하니 반갑긴 하지만, 매일 사람들이 몰려와서 정신없기도 하고 조금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등) 혐의로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확정됐고, 그에 앞서 2018년 11월에는 옛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이 확정돼 총 22년을 복역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복권돼 4년9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추징금 35억원은 납부했으며, 미납된 벌금은 150억여원은 사면복권과 함께 면제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시가표준액(공시가격) 13억7200만원인 이 주택을 25억원에 매입해 지난 17일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지만, 입주시기는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 어깨 질환, 허리디스크 등 지병으로 현재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기 때문이다. 19일 이곳을 찾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회복이 좀 더디셔서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퇴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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