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해녀학교 수업 모습. 신호진씨는 지난해 경남 거제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해녀학교와 인연을 맺어 해녀 관련 새 일자리를 구하고, 지난해 9월 말 거제로 이사했다. 신호진씨 블로그 사진 갈무리
경기도 고양시에 살던 신호진(36·여)씨는 업무차 경남 거제를 자주 방문하면서 거제의 매력에 푹 빠졌다. 거제를 ‘마음의 고향’으로까지 느낀 신씨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8월 아이들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거제 옥포동에 숙소를 정하고 ‘거제에서 한달살기’를 했다. 남편과 두 자녀도 거제를 오가며 거제와 친밀해졌다. 당시 해녀학교와 인연을 맺은 신씨는 해녀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고, 지난해 9월 말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거제로 이사했다. 남편도 거제에 새 일자리를 구하는 대로 옮겨올 계획이다.
신씨는 “10년 정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한살이라도 젊을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 해녀 일이 힘들지만 평생직업을 구했다는 만족감을 준다.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이제 남편만 좋은 일자리를 구하면 되는데, 거제의 경제 상황이 어려운 터라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적한 지방도시에서 한달 동안 머물며 현지인처럼 생활하는 ‘한달 살아보기’가 인기를 끌자, 경남도가 경남 모든 지역에서 숙박비 등을 지원하는 ‘경남에서 한달 여행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경남도는 2020년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엔 통영·김해시, 하동·산청·합천군 등 5개 시·군이 참여해 관광객 464명을 맞았다. 지난해엔 진주·양산·의령을 제외한 15개 시·군으로 확대됐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1555명이 참가를 신청해 지원예산이 일찌감치 바닥나면서 829명만 참가할 수 있었다.
지난해 한달살기 희망 지역은 하동(184명), 합천(136명), 통영·함안(각 129명), 김해(125명), 거제·산청(각 121명), 남해(106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거주지는 서울 249명, 경기 193명, 인천 41명 등 수도권이 전체의 58%를 차지했다. 참가자 나이대는 20~30대가 488명으로 58.8%를 차지했는데, 특히 30대 후반이 많았다.
올해는 3~4월 18개 시·군별로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성인 혼자 또는 2명이 참가할 수 있는데, 미성년 자녀는 인원과 상관없이 함께 참가할 수 있다. 한달이 아닌 사흘 이상 단기간 참가 신청도 가능하다. 참가자에겐 하루 최대 숙박비 5만원과 체험료 8만원이 지원된다.
각 시·군은 참가 희망자가 예산규모를 초과하면 심사를 통해 참가자를 선정한다. 심사는 지원동기(30%)·여행계획(30%)·홍보계획(40%) 등을 평가한다. 참가자는 관광·체류 경험을 페이스북·유튜브·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하루 2건 이상 공유해야 한다.
유영은 경남도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하루 2건 이상 에스엔에스에 여행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이 조건이 필요 없을 만큼 모든 참가자가 훨씬 많은 횟수를 공유했다. 덕택에 지역 관광경기 활성화와 관광자원 홍보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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