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부부와 세 자녀 등 5명으로 이뤄진 이아무개(41)씨 가족은 지난해 11월17일부터 차례로 코로나19에 감염돼, 결국 가족 5명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가능한 접촉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좁은 아파트 공간 안에서 가족 5명이 재택치료와 자가격리를 병행하면서 접촉을 완전히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씨는 “12월1일까지 2주일 동안 가족 모두가 집 안에 사실상 갇혀 지냈다. 무증상·경증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하는 것으로 정했더라도, 가족까지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분리 대책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확진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더 확보하거나, 가족이 따로 지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코로나19 무증상·경증 확진자들이 원칙적으로 재택치료를 하면서, 동거가족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동거가족이 집을 나와서 지낼만한 숙소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경남 창원시는 9일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에 코로나19 확진자의 동거가족을 위한 ‘안심숙소’를 마련했다. 이날 새벽 0시 기준 재택치료를 하는 창원 확진자는 1643명에 이른다.

창원축구센터 숙소동은 지상 4층 건물로, 1인실·2인실·4인실과 최대 10명까지 이용할 수 있는 6인실 등 객실 44개를 갖춰 최대 16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직후에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시설로 사용하기도 했다. 안심숙소에는 인원과 상관없이 가족당 1박에 1만원을 내면, 최장 7박8일 동안 지낼 수 있다.

모든 객실에는 개별 화장실과 침대·텔레비전·책걸상·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다. 이불·수건·세면도구 등도 제공된다. 실내 취사는 금지하지만, 전자레인지·전기포트 반입은 허용된다.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다. 실내 음주와 흡연은 금지된다. 입소자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나,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다. 세탁실·식당·목욕탕·헬스장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으나, 안심숙소 운영 기간에는 문을 닫는다.

안심숙소에 들어가려면 확진자의 동거가족은 창원시민이어야 하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입소 48시간 이내에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는 등 세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조건을 갖췄더라도 자가격리 대상자는 들어갈 수 없다. 안심숙소에 들어가려면 창원시 코로나총괄팀에 전화(055-225-3011)를 걸어서 예약문의를 한 뒤, 안심숙소 현장상황실에서 입소신청서를 작성하고 자격요건을 확인받으면 된다. 문의는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가능하다.

창원시 재난상황실 담당자는 “안심숙소 개소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시민이 안심숙소를 원했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입소 희망자가 안심숙소 수용범위를 넘어서면, 추가로 안심숙소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