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5년 만에 다시 추진되면서 지역 정가에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이순영(더불어민주당) 교육위원장 등 시의원 9명이 공동발의한 ‘부산광역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안’ 상임위 심의를 20일 오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학생인권조례안은 4일 발의돼 7일 부산시의회 누리집에 공고(입법예고 의뢰)된 상태다. 조례안이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면 26일 시의회 본회의로 넘어가고, 본회의를 통과하면 3월1일부터 시행된다.
조례안은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의 사생활 보장과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자율학습·방과후학교 강요 △소지품 검사와 압수 △일기장 등 사적인 기록물 열람 △학교 밖에서 이름표 착용 강요 △반성문과 서약서 강요 등을 금지하고, 복장·두발·휴대전화 규제는 학생이 참여해 만들어진 학칙 범위 안에서만 단속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교내 집회자유 허용 △학칙 제·개정 학생 참여 보장 △학생대표의 학교운영위원회 참석과 발언 허용 △학생인권침해 상담·조사 청구권 부여 등 학생들의 단결권과 자유로운 의견 표명을 보장한다.
학생인권침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기구도 마련했다. 학생인권 실태조사 등을 하는 2년(1회 연임 가능) 임기의 20명 이내 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 침해 때 권리구제를 위한 조사와 상담 등을 하는 학생인권보호전담기구가 그것이다.
조례가 학칙보다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학생·교사·교원단체 등에서 조례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부산지부는 “학생인권조례안의 발의를 환영하며 제정을 촉구한다”며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구체적 사례를 넣고, 복장·두발·휴대전화 규제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학생인권위원회에 학생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교사노동조합도 성명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이 광범위해서 교사의 언행이나 행동이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 수업 중 다른 학생의 수업권과 교사의 교권이 침해받을 때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학생인권위원회에 학생 참가를 보장해야 한다”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조건부 찬성했다.
하지만 부산시교원단체총연합회(부산교총)는 “부산시의회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조례 제정에 반대 뜻을 밝혔다.
2010년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광주(2012)·서울(2012)·전북(2013년)·충남(2020년)·제주(2021년) 등 모두 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부산은 2014년 지방선거 때 김석준 교육감의 공약이었는데, 2017년 부산기독교총연합회·부산교총 등 60여개 단체의 반발 속에 제정 시도가 중단됐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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