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낮 1시께 부산 부전역에 전동열차 승객들이 내리고 있다. 부산 시민들이 오전에 울산 태화강역에 내려서 관광을 하고 돌아오고 있다. 울산 시민들은 이곳에서 서면 등을 둘러보고 돌아간다.
“세상 참 좋아졌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 허허.”
지난 6일 오후 동해선 부전역(부산 부산진구 부전동)~태화강역(울산 남구 삼산동) 노선 전동열차에서 만난 김명환(71)씨가 “평생 처음 자가용이나 버스가 아닌 전철을 타고 친구들과 울산에 가니 신기하네요”라며 웃었다. 옆 경로석에 앉아 있던 70대 남성이 “공짜로 타니까 더 좋다”며 호응했다.
부산 부전역에서 출발한 전동열차는 출발 20여분 만에 도심을 빠져나갔고, 송정역~서생역 구간에서는 중간중간 오른쪽으로 동해 바다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승객들은 “와” 하는 탄성을 질렀다. 부산 신해운대역에서 탔다는 김남진(65)씨는 “전철이 다닌다고 해서 아내와 나들이 나왔다. 무궁화호보다 쾌적하고 자주 운행해서 좋다”고 했다.
■ 18년 만에 완공된 복선전철
동해선은 일제강점기에 동해안을 따라 부산~강원도 원산을 잇는 철도로 추진됐지만, 일부 구간만 완공됐을 뿐 전체 노선은 해방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미뤄졌다. 남쪽에서는 비교적 이른 1918년 10월 경북 경주~포항 노선이, 1935년 12월 부산~경주 구간이 개통돼 철도가 운행됐다. 동해남부선(143.2㎞)인데 다만 단선 철도여서 운행 횟수가 적고, 이용객도 많지 않았다.
이에 2003년 부전역~태화강역 구간 복선전철화 사업이 착공돼, 2016년 12월 부전역~일광역 1단계 구간(28.5㎞)에 이어 지난달 28일 일광역~태화강역 2단계 구간(37.2㎞)이 완공됐다. 전철(전동열차)은 18년 동안 2조8270억원이 투입된 복선전철화된 구간을 76분 만에 주파한다. 무궁화호(64분)보다 10분 남짓 더 걸리지만, 중간에 정차하는 역이 21곳으로 무궁화호(센텀·신해운대·기장역 3곳)보다 많아 이용자 접근성이 좋다. 또 요금도 2500원으로 무궁화호(4100원)보다 싸다. 65살 이상은 무료다.
지난달 28일 2단계 구간 통행이 시작되며 하루 30여차례이던 운행 횟수는 100여차례(왕복 50여차례)로 늘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단계 구간이 개통된 뒤 열흘 동안 하루 평균 승객이 9만4440명으로, 개통 이전 열흘(지난달 18~27일) 평균 5만7225명에 견줘 1.6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무궁화호만 다니던 2016년(1만3385명)에 견주면 7배가량 증가했다. 태화강역 이용객이 1만1384명(12%)으로 가장 많았고 △벡스코역(1만95명) △부산교대역(9823명) △부전역(9745명) △기장역(676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철 개통의 가시적 효과는 관광객 증가다. 울산 도심과 떨어져 평소 한산한 태화강역 앞 시내버스 승강장은 지난달 28일부터 승객들로 붐빈다. 부산 쪽에서 올라와 철새 서식지인 태화강 십리대밭·대왕암 등으로 향하는 이들이다. 울산관광재단 최지영 주임은 “코로나 때문에 울산시티투어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가 지난 4일 재개했다. 4~5일 이틀 동안 탑승률이 (예년보다) 1.8배 늘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태화강역을 출발한 울산 시민들은 서면·해운대해수욕장·동부산관광단지(오시리아관광단지)·센텀시티 등을 많이 찾고 있다. 대학생 김아무개(23)씨는 “친구들과 동부산관광단지에 있는 (바퀴 달린 썰매인) 루지를 타러 간다”고 했다.
이용객들이 늘면서 출근 시간 15분, 나머지 시간 30분가량인 배차 간격을 더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철도공사는 <한겨레>에 “분기별 모니터링을 진행해 개통 후 일시적 수요가 아닌 평균 이용객 수를 고려해 운행 횟수 증편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일 울산 태화강역 앞 시내버스 정류소에서 부산 시민들이 태화강 국가정원 등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부울경 메가시티’ 구상 힘 받나
수도권을 빼고 광역시 사이 광역철도망이 연결된 첫 사례인 동해남부선 전철이 운행되면서 지역통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부산~울산 1시간대 출퇴근이 가능해졌다. 2024년 청량리·양평·원주·제천·영주·안동·영천·신경주(이상 중앙선)·태화강역·일광역·부전역(이상 동해선)에 준고속열차 ‘케이티엑스(KTX) 이음’이 운행하면 2시간50분 만에 서울~부산을 오갈 수 있게 된다.
정호경 롯데백화점 영남권 홍보팀장은 “동해선 벡스코역은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케아·롯데동부산몰(아울렛)·롯데마트 등이 이미 영업 중인 동부산관광단지에 오는 3월 롯데월드가 개장하면 동해선 오시리아역이 부산·울산 고객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울산 사이 인적·경제적 교류 확대는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구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동해선 부전역~태화강역 복선전철화는 부산·울산 시민들이 일상에서 메가시티가 구현되는 계기가 되고, 지역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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