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민단체들이 부산시청 후문 앞에서 부산시민공원 토양오염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100여년 만에 부산시민 품으로 돌아간 옛 부산 미군 하야리아부대 터(현 부산시민공원) 토양정화작업이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토양정화작업을 끝내고 9~10년이 지나서 다시 오염된 흙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는 29일 부산시청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시는 부산시민공원 토양오염 전수조사와 정화를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하루빨리 부산시민공원 오염토 정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주장했다.
부산 도심인 부산진구에 자리한 옛 하야리아부대 땅은 일제강점기인 1910년부터 주인을 바꿔가며 동양척식주식회사, 경마장, 미군 전쟁물자를 지원하는 보급창고, 훈련소 등으로 사용됐다. 이후 부산 시민단체들이 1995년부터 반환운동을 벌였고, 미군이 2006년 부산시에 공식 반환했다. 국방부는 2011년 4월~2012년 8월 127억원을 들여 기름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된 9만5877㎡(전체 면적 47만여㎡의 20%)를 걷어냈다. 또 부산시는 나무를 심고 편의시설 등을 설치해 2014년 5월 부산시민공원이란 이름으로 개장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부산시민공원 안에 들어설 예정인 국립아트센터 공사를 하던 중에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됐다. 부산시는 전문기관에 맡겨 토양오염 조사를 했고, 기준치를 넘긴 유해물질이 함유된 흙이 4만㎥라는 잠정 결과가 나왔다. 시는 정화작업 중 오염된 흙이 3만2천㎥가 더 나와 모두 7만2천㎥를 걷어냈다고 밝혔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8월 부산시 관계자와 시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 11명이 참석하는 부산시 자문회의에서 정밀검사를 요구했다. 부산시는 8월부터 지난달까지 넉달 동안 기초검사인 대기질·지하수·하천 조사를 벌였고, 벤젠·톨루엔 등 석유화학계열 물질은 불검출 또는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 하지만 부산 시민단체들은 이달 17일 열린 2차 부산시 자문회의에서 “2011~2012년 토양정화작업이 부실로 드러났다. 부산시가 토양오염 검사를 하지 않고 겉핥기식 기초조사만 했다”며 부산시민공원 터 ‘전체’의 토양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난감하다는 태도다. 토양 전수검사를 하려면 큰 비용을 들여야 하고 토양오염 조사를 하면 많은 부산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부산시 쪽은 “기초검사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와야 토양검사를 해야 하는데 기초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무턱대고 토양검사를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밝혔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현재의 간접조사는 제대로 된 조사라고 볼 수 없다. 부산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예산을 들여서라도 제대로 된 전수 토양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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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맡겨 벌인 부산시민공원 토양오염 기초조사 지점. 부산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