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아이티 라고나브섬에서 이동 진료 중인 김성은 글로벌케어 아이티 지부장.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제공
“9년 동안 아이티에서 봉사활동을 했지만 돌이켜보면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14일 사단법인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가 발표한 ‘제11회 이태석 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김성은(54·사진) 글로벌케어 아이티 지부장은 “이태석 신부께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한 일들이 얼마나 어렵고 고귀한 일이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상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상대 의대를 나와 틈틈이 국외 의료봉사에 나갔던 그는 2010년 중남미 아이티 대지진 참사 소식을 접하고 아이티행을 결심했다. 이듬해 가족을 데리고 미국으로 갔고 2년 동안 미국과 아이티를 오가며 현지 적응 훈련을 받았다. 마침내 그는 2013년 아이티 본토에서 배로 1시간여 거리의 라고나브섬을 아내와 찾았다. 학업 때문에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지내던 두 딸을 보기 위해 라고나브섬과 도미니카공화국을 오갔다.
라고나브섬은 아이티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하나였다. 그는 이곳에서 사망한 유아의 절반 이상이 설사로 생명을 잃는다는 것을 알고 전염병 치료와 예방에 집중했다. 2017년엔 병원(새소망 클리닉)을 건축해 경제능력이 없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 병원 건축은 쉽지 않았다. 먼저 땅을 샀는데 돈이 부족해 후원금에 중학생이던 두 딸이 대학에 가면 쓰려고 모은 돈까지 보태 병원 건물을 지었다. 그는 병원이 없는 마을들을 찾아 진료도 하고 있다. 그는 “병원 땅을 사려고 두 딸 학비를 사용해 미안했는데 두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또 그는 100여명이 다닐 수 있는 소규모 초등학교 3곳을 신·개축하고 80여명의 빈민가 청소년들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 그는 “아이티 국민이 가난과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컴퓨터·인터넷·기숙사·도서관 등 시설과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초·중·고교를 만들어서 미래 지도자들을 양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10만명 주민이 극심한 가난과 질병 한가운데 있고 날마다 1달러도 안 되는 수입으로 겨우 하루를 연명하고 있어요. 병원 운영에 필요한 약품이 너무 비싸 사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교통이 불편한 60여개 마을 사람들을 진료하려면 보트가 필요한데 보트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지난 8월 안식휴가를 위해 일시 귀국한 그는 “개화기 때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학교와 병원을 설립하며 많은 도움을 줬다. 이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가 우리보다 못한 나라에 갚았으면 한다”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아이들과 웃고 있는 이태석 신부.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누리집
부산이 고향인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2년 광주가톨릭대 신학대에 입학했다. 2001년 사제 서품을 받고 내전이 계속되던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정착해 의료·교육봉사를 하다가 2010년 1월 대장암을 이기지 못하고 선종했다. 2011년 사단법인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가, 2012년엔 사단법인 이태석사랑나눔(현 이태석 재단)이 출범해 고인의 뜻을 이어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상식은 새해 1월12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에서 한다. 글로벌케어 (02)6959-0333.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