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산 강서구의 부산지법 서부지원 앞에서 문중원 기수 유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이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과 관련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부산경마공원)의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한국마사회 간부와 조교사 2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단독 김석수 부장판사는 17일 이런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된 부산경마공원 전 경마처장 ㄱ씨와 조교사 ㄴ·ㄷ씨한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달 검찰은 ㄱ씨에게 징역 2년, 조교사 ㄴ·ㄷ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 등을 종합 고려하면, ㄱ씨가 ㄴ·ㄷ씨의 조교사 개업 자료를 검토했던 2018년에는 (부산경마공원의) 신규 조교사 선발이 예정돼 있지 않았다. 또 자료를 살펴본 ㄱ씨는 ㄴ·ㄷ씨한테 ‘디자인을 신경 써야 한다’는 등 추상적 조언을 했을 뿐이고, 선발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구체적인 조언을 하지 않았다.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ㄱ씨는 2018년 8~11월 부탁을 받고 ㄴ·ㄷ씨의 조교사 개업 자료를 검토하는 등 한국마사회의 조교사 평가·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ㄷ씨는 이듬해인 2019년 열린 조교사 개업 심사에서 최종 합격했고, 문 기수는 탈락했다. 특히 ㄷ씨는 전례가 없던 예비합격 제도로 선발됐다.
판결 뒤 문 기수 유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은 서부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했다. 리화수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은 “판결에 분노한다. 문 열사 죽음의 책임자에 면죄부를 부여했다. 문 기수를 두 번 죽인 것과 같다.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중단없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 기수의 아버지 군옥씨는 “ㄱ씨는 본인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결코 이들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5년 조교사 자격증을 땄지만 4년 넘게 한국마사회의 조교사 개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문 기수는 2019년 11월 한국마사회의 갑질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부산경남경마공원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아버지 군옥씨는 “마사회는 면접 명목으로 면접관과 친목이 있거나 뒷거래한 사람한테만 말을 관리하는 마방을 내줬다. 5개국 유학까지 다녀온 아들 대신 자격증을 딴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사람을 먼저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문 기수 유족과 노조는 진상규명과 한국마사회의 공식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고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3월 조교사 심사 투명성 확보, 차별 금지 등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ㄱ씨 등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검찰은 같은해 12월 같은 혐의로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11월 조교사 개업 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면허 취득 순서대로 개업 순번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교사 선발 방식 개선책을 발표했다.
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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