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 때문에 한계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용어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봤습니다. 하루빨리 조례가 작동해서 일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돼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대구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일하는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근로권익 조례’를 발의한 이주한 대구 서구의원(더불어민주당)의 말이다. 그동안 대구에서 발의했던 ‘청소년노동인권 조례’라는 조례명에서 ‘노동인권’을 ‘근로권익’으로 바꾸었는데, 이름보다는 내실이 중요한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실제 대구에서는 2017년부터 청소년노동인권 조례를 제정하려던 시도가 죄다 실패로 돌아갔다. 노동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올해 대구 서구의회, 수성구의회에서는 인권 기본 조례도 보수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노동인권을 근로권익으로 바꾼 이번 조례안은 아무런 반대 없이 구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구의원은 청소년기본법에서 그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기본법 제2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근로 청소년을 특별히 보호하고,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청소년의 권리에 필요한 근로권익 보호정책을 홍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구의원은 “그동안 청소년노동인권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용어에 대한 온도 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노동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기본법 조항을 살피면서 노동인권 대신 근로권익을 쓰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조례 통과 뒤 환영하는 목소리와 한편으로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의 근로라는 표현을 쓴 것은 한계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 구의원은 “중요한 것은 조례명이 ‘노동인권’이 아니어도 이 법이 작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라며 “조례가 통과된 뒤에 ‘근로’가 맞느냐, ‘노동’이 맞느냐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 국어사전을 보면 근로와 노동의 뜻이 다른데, 근로기준법에서는 ‘근로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을 말한다’(제2조 1항의3)고 돼 있다. 법률상 근로란 용어를 쓰는 게 맞는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조례가 발의될 때마다 조례를 무산시키지 않으려면 단어를 바꾸는 우회 전략을 써야 하는 걸까.
이 의원은 “문자 폭탄을 받을 때마다 소신껏 의정 활동을 하지 못한다면, 만들 수 있는 조례가 없다. 반대하는 쪽에서 조례 내용도 보지 않고 반대할 때, 조례 내용을 더 잘 아는 우리 지방의원들이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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