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울산 태화강 대숲 일대엔 해 저물 녘이면 떼까마귀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는다. 일부 갈까마귀가 섞인 이들 떼까마귀는 텃새 까마귀와는 다른 울산의 대표적인 겨울 철새다. 몽골 북부와 시베리아 등지에서 여름을 지낸 뒤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 무렵 강원도 철원을 거쳐 울산으로 남하해 이듬해 초봄까지 태화강 대숲에서 겨울을 난다.
겨울을 나는 동안 떼까마귀는 낮에는 울산 외곽으로 흩어져 먹이를 찾다가 해 질 무렵 태화강 대숲 주위 상공으로 몇십~몇백 마리씩 모여든다. 전체 무리가 다 모일 때까지 계속 상공을 맴돌며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떼춤(군무)을 춘다. 전체가 다 모이면 그제야 한꺼번에 일사불란하게 대숲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든다.
황금빛 노을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펼쳐지는 떼까마귀의 떼춤을 본 사람은 누구나 탄성을 감추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떼까마귀의 이런 떼춤을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방어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집단행동으로 보고 있다.
울산시는 태화강 생태관광협의회와 함께 이달 30일까지 ‘2021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 체험장’을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울산 중구 태화동 800 제3공영주차장에 마련된 체험장에선 떼까마귀가 오후 5~6시 태화강 대숲 잠자리에 들어가기 전 하늘 위에서 펼치는 화려한 춤 사위를 감상할 수 있다. 또 주최 쪽이 준비한 검정 우산을 들고 떼까마귀가 천적을 피하기 위해 실행하는 자리바꿈을 따라 하면서 춤을 추는 ‘떼까마귀 군무 따라 하기’ 체험을 한다. 군무 따라 하기 체험은 날마다 오후 5시20분부터 10분 동안 현장을 방문한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오후 4시께부터는 자연환경해설사들이 떼까마귀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15·16일과 수능시험이 끝난 19일에는 김외섭 무용단이 출연해 떼까마귀 무용 공연에 이어 시민들과 함께 군무 따라 하기 행사도 참여한다. 울산시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다섯 달 동안 벌인 ‘겨울철 조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 기간에 모두 90종 14만3532마리의 겨울 철새가 관찰됐는데, 이중 13만여 마리가 떼까마귀·갈까마귀로 나타났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은 “지금까지 떼까마귀 군무를 눈으로 감상만 했다면 이제는 직접 행동으로 체험하면서 떼까마귀의 생태를 이해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가 전국적 생태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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