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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신입 10%만 지역인재…의무채용 규정에 구멍 숭숭

등록 2021-10-29 07:26수정 2021-10-29 07:30

지역인재 채용 발목잡는 ‘예외조항’
전남 나주시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나주시 누리집 갈무리
전남 나주시의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나주시 누리집 갈무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2015년 3월 본사를 서울 구로구에서 경남 진주시로 옮겼다. 혁신도시법에 따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018년부터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최종 학력이 경남지역 고교 또는 대학교 졸업인 이를 일정 비율 선발해야 했다. 그 비율은 2018년 18%에서 해마다 3%포인트씩 올라 내년엔 30%다. 하지만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은 2018년 47명, 2019년 35명, 지난해 38명 등 모두 120명의 직원을 새로 채용하면서 지역인재 의무채용으로는 한명도 뽑지 않았다. 최종 합격자 120명 가운데 경남의 고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17명(14.1%)이었지만 이들은 전국의 지원자와 일반 경쟁을 통해 입사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신입사원 10명 중 1명만 지역인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신정훈 의원(전남 나주시·화순군)이 국토교통부에 요청해 받은 ‘2018~2020년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실적’을 보면, 2018년부터 지역인재를 선발하고 있는 공공기관 109곳은 3년 동안 지역인재 의무채용으로 4130명을 뽑았다. 지역인재 의무채용이 적용되는 전형을 통해 뽑힌 1만6089명의 25.6%다. 지난해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24%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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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체 채용인원과 비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3년 동안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신규채용한 전체 인원은 3만8538명에 이르고, 지역인재 채용을 통한 입사자는 이 가운데 10.7%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전국 지원자와 겨뤄서 합격한 1644명을 더해도, 공공기관이 이전해간 해당 지역 출신 비중은 14.9%(5774명)에 불과하다.

이런 숫자의 차이 또는 착시는 혁신도시법의 예외조항 때문이다. 혁신도시법은 2018년부터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면서 여섯가지 예외조항을 뒀다. △분야별 채용모집인원 5명 이하 △경력직 △석사학위 이상 연구직 △지역본부·지사에서 별도 채용 또는 지역본부·지사에서 5년 이상 근무 조건 채용 △공공기관이 정한 합격 하한선 미달 △지원자 가운데 지역인재 비율이 의무채용 비율에 못 미칠 때이다. 이런 조항에 해당하는 전형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비율 환산 때 제외된다.

문제는 이런 예외조항이 적용되는 전형을 통한 입사자가 전체 신규채용 인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전체 신규채용 인원 가운데 여섯가지 예외조항이 적용된 전형을 통해 입사한 인원은 △2018년 8262명(전체 신규채용 1만4338명의 57.6%) △2019년 7650명(1만3535명의 56.5%) △2020년 6536명(1만665명의 61.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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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의 절반은 지역인재 채용 의무 없어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공공기관들이 지역인재를 덜 채용하려고 예외조항을 활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전남도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보내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예외규정 때문에 실질적으로 채용되는 지역인재 비율이 아직 저조한 실정이다. 예외규정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예외조항별로 살펴보면,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우선,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이 가장 많은 예외조항인 ‘지역본부·지사에서 별도 채용 또는 지역본부·지사에서 5년 이상 근무 조건’ 채용은, 그 자체로 문제 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국에 흩어진 지사에서 오래 근무할 이를 해당 지역 출신 가운데서 뽑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실제 울산에 본사를 둔 근로복지공단은 3년 동안 채용한 2406명의 87.9%(2115명), 강원도 원주에 본사를 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3년 동안 채용한 3393명의 69.9%(2374명)를 지역본부·지사에서 채용했다. 업무 특성상 전국 각지에 지사를 둔 공공기관들이다. 지역본부·지사 근무로 선발된 이는 2018~2020년 제외된 의무채용 대상자의 50.4~56.1%를 차지한다.

경남 진주시의 경남혁신도시. 경남도 누리집 갈무리
경남 진주시의 경남혁신도시. 경남도 누리집 갈무리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의 14.5~21.7%를 차지해 두번째로 많은 예외조항으로 손꼽힌 ‘분야별 5명 이하 채용’은 논란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일반직 대졸사원 73명 가운데 신입사원 69명을 뽑으면서 경영·회계·기계·전기·화공 5개 분야는 각 7~13명, 경제·법학·토목·건축·전산 5개 분야는 각 3~5명을 모집했다.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이 21명이었다. 하지만 회사 쪽은 “모집단위별 인원은 중기경영계획상 인력 운영방향, 증원·임금피크전환자 분포 현황, 부서별 핵심사업분야 필요인력 수요조사 등을 고려하여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기술의 사례는 참조할 만하다. 한국전력기술은 2018년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때 17개 분야 47명을 모집하면서 15개 분야 28명은 각 5명 이하로 모집했다. 결국 19명의 18%에 해당하는 3명만 지역인재를 선발하면 됐지만, 47명의 20%에 해당하는 9명을 추가해 12명의 지역인재를 선발했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의 인사담당자는 “분야별 소규모 채용을 하더라도 총원을 기준으로 하면 지역인재를 더 채용할 수 있다. 분야별 시험과목이 다르고 난이도가 다른 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표준점수를 공정하게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혁신도시의 하나인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 한국거래소·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입주했다. 부산시 제공
부산혁신도시의 하나인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 한국거래소·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예탁결제원·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입주했다. 부산시 제공

“예외조항 손질해야” 목소리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지역인재 의무채용 예외조항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용역을 맡겼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관계자는 “분야별 5명 이하 채용 등 일부 예외조항은 재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공기관과 자치단체의 의견을 두루 반영해서 반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은 △분야별 채용모집인원 5명 이하→3명 이하 △경력직 채용 삭제 △합격 하한선 삭제 △연구직 석사 이상→박사 이상 △지역본부·지사 근무기간 5년 이상→10년 이상 등으로 지역인재 채용 예외규정을 축소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발표한 ‘전국 340개 공공기관의 2020년도 경영정보’를 보면 지방대학 졸업자 비율이 지역인재 의무채용 이전과 비슷한 53.7%다. 여전히 수도권으로 지역인재들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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