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가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일본군위안부역사관 희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유엔 고문방지협약(CAT)에 회부해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제 손을 잡고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빨리 갑시다. 이제 숨 쉬기도 힘듭니다. 나는 늦었습니다. 전세계에 ‘위안부’가 많습니다. 이분들 명예를 회복해야 합니다. 이건 저의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일입니다. 꼭 대답해주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유엔 고문방지협약(CAT)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지난 2월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제안에 정부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시간만 흘러가자 새로운 수정 제안을 내놓은 셈이다.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일본군위안부역사관 희움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할머니는 울먹이며 문 대통령을 향해 미리 써온 편지글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이 할머니는 “대통령님은 취임 초부터 피해자 중심의 해결을 강조했는데, 일본은 아직도 국제사회에 망언을 퍼트리고 있다. 한국 피해자들뿐 아니라 전세계 피해자들을 위해 한국 정부가 고문방지위원회에 이 문제를 가져가서 일본이 위안소 제도를 만들어 운영한 것은 전쟁 범죄였고, 반인륜 범죄였다는 명백한 판단을 받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이나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행위와 처벌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으로 우리나라는 1995년 가입했다. 고문방지위원회는 회원국에서 벌어지는 협약 위반사항을 조사하고 구제 방안을 권고할 수 있다.
이날 이 할머니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일본군위안부문제 국제사법재판소회부추진위원회 쪽은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는데도 문제 해결에 진전이 없어 이용수 할머니가 결단을 내리신 것”이라며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 진행이 어려운) 국제사법재판소와 달리 고문방지위원회에는 우리 정부 의지만 있으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