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에 건설된 경남로봇랜드. 경남도 제공
경남도와 창원시가 이른바 ‘로봇랜드 소송’에 패소해 민간사업자에게 1126억여원을 물어주게 됐다. 경남도는 “항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지법 민사5부(재판장 하상제)는 7일 경남로봇랜드 민간사업자인 경남마산로봇랜드㈜가 경남도·창원시·경남로봇랜드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해지시지급금 등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투자금과 관리·운영비 등 해지시지급금 1125억8400여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실시협약에 따르면, 피고는 1단계 사업 기간에 원고에게 펜션 부지를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원고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되므로, 실시협약 해지사유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 9월 경남도·창원시와 경남도·창원시 출연기관인 경남로봇랜드재단은 특수목적법인인 민간사업자 경남마산로봇랜드㈜와 경남로봇랜드 건설·운영과 관련한 실시협약을 맺었다. 경남로봇랜드는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일대 126만㎡에 건설하려는 로봇 관련 연구·개발·놀이 시설이다.
1단계(연구·개발 시설과 놀이시설 등)와 2단계(펜션·호텔·콘도 등)로 구분해 건설하며, 전체 사업비는 7000억원이다. 민간사업자는 1단계 1천억원과 2단계 3340억원 등 4340억원을 투자하고, 이 대가로 30년 동안 놀이시설 운영권을 갖기로 했다. 1단계는 2019년 6월 완공돼, 같은 해 9월 문을 열었다.
그런데 개장 한달 뒤인 2019년 10월23일 민간사업자가 “펜션 부지를 매각해 대출금 중 50억원을 상환해야 하는데, 재단이 펜션 부지를 넘겨주지 않은 탓에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며 놀이시설 운영 중단과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 지난해 2월 해지시지급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7일 1심 재판부는 민간사업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경남도 등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경남도는 “민간사업자가 문제 삼는 펜션 부지의 면적은 1420㎡로 로봇랜드 전체 부지의 0.1% 수준에 불과하다. 펜션 부지를 공급하지 못한 책임이 있더라도, 이런 사소한 문제로 로봇랜드 실시협약 전체를 해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남도는 또 “놀이시설 운영 책임과 2단계 사업 의무를 벗어나려는 의도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숨겨뒀던 ‘먹튀’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민간사업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택률 경남로봇랜드재단 원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민간사업자는 선행절차를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채 펜션 부지 공급만 요구했다. 재단은 로봇랜드 사업을 추진하고자 대체부지도 제안했으나, 민간사업자는 특정 부지만 고집하며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권택률 원장은 또 “재판부가 민간사업자의 억지주장만 받아들인 것 같아서 매우 유감스럽고 당혹스럽고 아쉽다. 법률전문가와 판결문을 분석해서, 적극적으로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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