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문화다양성 축제인 맘프의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웹툰과 동영상 ‘경계에 갇히다’가 축제 전부터 인기몰이하고 있다. 맘프 누리집(mamf.co.kr) 화면 갈무리
초등학교 2학년 아밀라(9)는 스리랑카인이다. 하지만 부모의 국적에 따라서 스리랑카인이 됐을 뿐,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고 스리랑카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스리랑카로 추방돼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아밀라의 꿈은 ‘한국에서 쫓겨나지 않기’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윈테우(31)는 10년 넘게 한국에서 살고 있다. 먹고, 놀고, 일하는 모든 게 한국인과 다를 바 없다. 가구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가장 친한 친구이고, 한국음식 감자탕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도, 미얀마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일 뿐이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문화다양성 축제인 맘프(MAMF)가 오는 22~24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국내 이주민들의 상황을 웹툰과 동영상으로 제작해 알리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기대 이상의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경계에 갇히다’라는 제목으로 이야기 5편을 웹툰과 동영상으로 만들어 현재 1편 ‘집으로’와 2편 ‘장래희망’이 공개됐는데, 맘프 시작 전인데도 각각 조회수가 이미 2천회를 넘길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맘프 2021 추진위원회’는 “이달 중순까지 5편 모두 공개할 예정인데 맘프 흥행에는 물론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국내 이주민들의 상황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계에 갇히다’는 <한겨레> 만평을 그리는 권범철 화백과 창원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모임인 ‘창작그룹 <창>’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했다. 창원 출신으로 맘프를 여는 경남이주민센터에서 상담간사로 활동하기도 한 권 화백은 “최근 우리 사회가 난민문제 등을 겪으면서 타자들에 대한 시선이 날카로워졌고, 편견도 심해졌다. 이를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부드러운 방법으로 웹툰을 선택했다. 우리 사회가 경계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경계에 갇히다’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철승 맘프 2021 집행위원장도 “‘경계에 갇히다’는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키워가는 평범한 개인으로 이주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편견이 바뀌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계에 갇히다’는 맘프 누리집(mamf.co.kr)과 유튜브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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