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 공사가 8개월째 중단됐다. 공사 현장 바로 앞에는 이슬람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세워 둔 펼침막과 파라솔이 있다.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들이 지으려던 이슬람사원 공사가 8개월째 멈춘 가운데, 반대 주민들의 이슬람을 향한 혐오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
23일 낮,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교차로에는 “무슬림 동료시민을 환대하고 지지합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주택가로 들어서자 곧 “이슬람 인권만 중요하냐, 주민들 인권도 중요하다”, “이슬람만 주민이고 대현동 사람은 외국인이냐”, “주택 한 복판(가운데)에 이슬람사원 웬말이냐” 등 펼침막이 나왔다. 공사 부지는 굳게 문이 닫혔고, 반대 주민들이 공사재개를 감시하려고 세워둔 탁자와 파라솔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슬람 혐오’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등장했다. 지난 3일 이슬람사원을 반대하는 주민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이슬람 사람들이 집까지 쫓아가서 겁을 준다”, “이슬람 복장을 하고 10~20명씩 떼거리로 몰려다닌다”, “거대한 이슬람 세력이 우리나라를 이슬람화하려는 전략으로 뒤에서 지원하는 듯”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20일새 9만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글이 특정집단 혐오표현 등 내용을 담으면 삭제할 수 있고, 허위사실이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숨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청원에서는 ‘대현동’이라는 지역이름만 가려졌다.
대구시 북구 대현동 경북대 서문 교차로에는 “무슬림 동료시민을 환대하고 지지합니다”라는 펼침막이 걸려있다.
이에 다룰이만경북이슬라믹센터와 경북대민주화교수협의회 등 6개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고 “청와대는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청원을 즉시 삭제하라”며 “글 내용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일 뿐 아니라 이슬람 신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혐오 표현이다. 오히려 무슬림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예배를 드리는데도 ‘테러리스트’라는 등 고함을 치고, 수모를 겪고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경북대 무슬림 유학생들은 돈을 모아 경북대 서문에 이슬람사원을 짓기 시작했다. 뒤늦게 일부 주민들이 반대에 나서자 대구 북구청은 지난 2월 공사중단 행정명령을 내렸다. 양쪽 중재가 시도됐지만 실패했고, 결국 시민단체 등은 공사 중단 행정명령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지난 7월 대구지법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 현장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 공사 재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주민들과 충돌을 우려해 공사재개를 미뤄온 건축주 쪽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서창호 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은 “처음에는 공사소음, 냄새 등 문제로 출발했는데 점점 이슬람을 향한 혐오와 차별로 변하고 있다. 공사재개는 고사하고 반대 주민들은 물론 극우 세력까지 가세하고 있어 더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는 한 보수 유튜버가 동네를 찾아와 “이슬람 아웃“이라고 외치면서 라이브 방송을 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글·사진 김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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