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의 ‘새롭게 보는 울산 철도 100년’전 모습. 신동명 기자
“화륜거(火輪車)는 우레와 번개처럼 달리고 바람과 비같이 날뛴다.”
1876년 조선이 일본의 군사력을 앞세운 강압에 못 이겨 불평등 조약인 강화도조약을 체결한 뒤 일본에 파견한 수신사 김기수 일행은 요코하마~에도(도쿄) 구간의 기차를 처음 타보고 느낀 경이로움을 일본견문록인 <일동기유>에서 이같이 묘사했다. 우리나라 철도 건설은 일본에 의해 시작됐는데 1899년 9월 경인선 제물포~노량진 구간 개통이 최초다. 이후 1905년 4월과 5월에 각각 서울~신의주 간 경의선과 서울~부산 간 경부선이 개통됐다.
울산에 처음 철도가 놓인 것은 100년 전 일제강점기 때인 1921년 10월25일 대구와 울산을 잇는 조선중앙철도 경동선 중 울산~경주 구간 개통이다. 이 철도는 사설철도에다 선로 폭이 지금의 표준궤도 1.435m보다 절반가량 좁은 0.762m의 ‘협궤’였다. 표준궤도는 조선총독부가 1927년 한반도와 만주를 연결하기 위한 ‘조선철도 12년 계획’을 발표하고 사설철도 경동선을 인수한 뒤 1933년 동해남부선 부산~해운대~좌천 구간 개통에 이어 1935년 12월 좌천~울산 구간을 개통하면서 시작됐다.
1935년부터 1992년까지 57년가량 존속했던 엣 학성동 울산역. 울산시 제공
이때 태화강에 철교가 세워지고 울산역이 성남동에서 학성동으로 옮겨졌다. 태화강 철교와 학성동역은 도심철도 외곽이설사업으로 1992년 8월 울산역(현 태화강역)이 삼산동으로 옮겨갈 때까지 57년 가까이 존속했다. 울산역이 학성동으로 이전하면서 당시 “평당 몇 십전 하던 주변지역 땅값이 2~3년 만에 4~5원으로 폭등했다”는 신문기사도 나왔다.
울산의 철도는 산업화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역으로 지정되기 10년 전인 1952년 울산역에서 울산항을 잇는 화물전용 철도(울산항선)가 건설되고, 1979년엔 온산국가산업단지의 화물 처리를 위해 화물 전용역인 온산역이 국가산단 안에 세워졌다. 이와 함께 울산의 철도를 통한 화물 수송량도 1960년 4만t에 불과하던 것이 10년만인 1970년엔 16배 초과한 65만t, 40년 지난 2000년엔 120배 되는 480만t으로 급증했다.
울산을 통과하는 동해남부선 복선화 노선도. 울산박물관 제공
울산박물관이 올해 울산 철도 개통 100년을 맞아 ‘새롭게 보는 울산 철도 100년’을 주제로 테마 전시회를 연다. 지난 14일부터 박물관 2층 역사실 앞 로비에서 시작해 오는 12월26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울산 철도의 시작 △산업도시 울산의 동력 △울산 철도, 새로운 100년을 꿈꾸다 등 3부로 이뤄져 있다.
제1부 ‘울산 철도의 시작’에서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화륜거’로 불렸던 철도가 우리나라에 등장한 배경, 1921년 10월25일 협궤열차로 울산에 처음 개통됐던 경동선, 표준궤도로 바뀌어 신설된 1935년 이후의 학성동 울산역과 동해남부선 등에 대해 소개한다.
제2부 ‘산업도시 울산의 동력’에서는 1962년 울산이 시로 승격되면서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는 등 새로운 도시로 변화되는 모습을 철도를 통해 살펴본다. 동해남부선 중 울산 구간과 울산역 이전, 화물 수송 철도 노선 신설, 철도 이용 현황 등을 알 수 있다.
제3부 ‘울산 철도, 새로운 100년을 꿈꾸다’에서는 2010년 울산에 고속철도 개통과 운행으로 울산과 서울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든 고속철도시대에 편입된 사실과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변화되는 울산 철도를 파악하게 된다.
신형석 울산박물관장은 “올해는 울산 철도 100년 역사와 더불어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는 해로 철도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철도를 통해 근현대 울산의 100년을 살펴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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