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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노동 조례 264개…‘불모지’ 대구도 법제화 움직임

등록 2021-09-12 18:46수정 2021-09-15 12:04

비정규직보호·노동인권교육조례 등 경기 27개 최다
TK 하위권…생활임금 조례도 없어
지난 9일 오후 대구시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만들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제공
지난 9일 오후 대구시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만들기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제공

전국 지방의회에서 생활임금조례와 감정노동자보호조례, 노동인권교육조례 등 노동 관련 조례를 제정해 운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주민들 목소리를 반영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일환일 텐데, 17개 광역자치단체별 편차도 꽤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색 강한 대구·경북지역의 노동정책이 가장 뒤처졌는데, 최근 전향적인 움직임도 있어 주목된다.

17개 광역의회 노동 관련 조례 264개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한 ‘노동’, ‘근로’, ‘임금’, ‘노사’ 등 노동 관련 단어가 포함된 17개 시·도의 조례는 264개였다.

경기가 27개로 가장 많았고, 서울·부산·광주 20개, 대전 19개, 인천·충남 18개 순이었다. 세종(5개), 경북(6개), 대구(8개)는 관련 조례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대표적인 노동 관련 조례인 생활임금조례는 2014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지난달 충북까지 15개 시·도에서 제정해, 대구와 경북만 미제정 지역으로 남았다. 생활임금조례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 관련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보다 더 많은(보통 20%가량) 임금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광주에서 처음 만들어진 감정노동자보호조례 또한 널리 퍼져 경북과 세종을 제외한 15개 광역단체에서 제정했다. 노동인권교육조례는 대구·경북·충남을 제외한 14곳, 비정규직노동자보호조례는 울산·대구·경북·대전·세종·강원을 제외한 11곳에서 제정했다.

전국 단위로 적용되는 법률 등과 달리 지역 특성이나 주민들 바람 등을 바탕으로 제정되는 조례는 지방정부의 정책방향을 이끌고, 시민들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또 제정 과정에서 시민참여와 자치의 원리가 적용될 여지가 커, 조례의 활성화는 지방자치제도 발전과 비례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 노동조례
지방정부 노동조례

노동조례 적은 세종·경북·대구…왜?

노동 관련 조례가 가장 적은 세종시 쪽은 “다른 시·도는 노동정책 등에 관한 조례가 있고 노동자별로 조례를 만드는데, 세종시는 ‘노사상생 및 협력지원 조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담고 있다. 별도의 조례를 계속 만드는 것보다 기본이 되는 조례를 가지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시는 생활임금조례, 노동인권교육조례 등 최근 전국적으로 요구가 높아진 조례들은 제정해두고 있었다.

대구와 경북은 대부분의 시·도가 제정한 생활임금조례, 노동인권교육조례조차 없다.

경북에서는 지난 4월 윤승오 도의원(국민의힘)이 생활임금조례를 대표발의했지만,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도의회 상임위에서 안건 심사를 유보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서울이나 경기도 등 다양하게 조례를 제정해 지원하는 곳과 비교하면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꼭 조례 수가 많아야 한다기보다 ‘근로자 권리보호 조례’로 필요에 따라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최근 감정노동자보호조례, 이동노동자권익보호조례가 만들어졌지만, 청소년노동인권교육조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은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2016년 대구시가 ‘대구시민 복지기준’을 만들면서 2020년부터 ‘대구형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시의원들이 노동이사제 조례 등을 발의해도 통과된 게 없다. 집행부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좌초되는 경우도 많다. 의원들이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것도 문제이지만, 조례 검토 단계에서부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대구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 노동정책기본계획 만들어질까 ‘노동정책 불모지’ 대구에서는 서울, 경기, 광주에서처럼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9일 대구시와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정책토론회를 열어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이 지난달 4~25일 노동 관련 각종 단체, 노무사와 관련 전공 교수 등 320명을 상대로 진행한 ‘대구 노동정책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중장기적인 노동정책 입안 필요성을 제안했고, 대구시도 그 필요성에 공감해 열리게 됐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구시 노동정책을 두고 81%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역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정책 기본계획(68.1%), 비정규직 보호 정책(67.5%), 노동정책 기본조례(65.6%) 등이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사 분석을 맡은 이승협 대구대학교 교수(사회학)는 “대구시 노동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높으나 평가는 매우 냉정했다. 개별적인 제도나 정책보다 총괄적인 노동정책 계획 수립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아 민주노총 대구본부 사무처장은 “지역 노동문제에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연구 용역과 실태조사를 하고, 세부 계획과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조례 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춘식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대구 노동 상황에 맞는 맞춤형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역 노동자의 권익 보호와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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